치명적 오타 속 사라진 아이들

1월 4주, 금요일

by 테라

정규활동을 마치고 이어지는 심화활동 시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문생 활동은 신문을 읽고 상식도 알고, 생각도 키우는 시간이지요.


오늘 함께 읽을 내용을 생각하며 교실을 찾아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어쩐 일인지 교실 안이 컴컴합니다.

창문을 통해 오후의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교실인데,

창문의 나무덧장은 닫혀있고 교실 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분명 누군가가 교실의 불을 끄고 짓궂은 모략(?)을 꾸미고 있는 거겠지요.

E1반 친구들이 어디를 갔나?

혼잣말을 하며 짐짓 놀란 척 전등 스위치를 켜자 어둡던 공간은 갑자기 환해지며 눈을 부시게 합니다. 동시에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지만 교실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책상도 의자도 그대로인데 아이들만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

'어라? 이번엔 좀 고난도인데?'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보통은 책상 밑이나 문 뒤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오늘은 정말 적막 그 자체입니다.

혹시 다른 교실로 이동했나 싶었지만 책상 위 놓여있는 작은 메모가 눈에 띕니다.

숨바곡질 미션, 우리를 찾아보세요.

비장함이 느껴지는 문장 속, 치명적인 맞춤법 실수에 피식 웃음이 먼저 납니다. 이 메모를 남기기 위해 자기들끼리 얼마나 머리를 맞대고 키득키득했을지 눈에 선합니다. 이제 남은 건, 제가 이 귀여운 작전 설계자의 의도대로 멋지게 속아 넘어가 주는 일뿐입니다.


메모지를 들고 큰 소리로 메모를 읽으며 능청스레 말을 이어가 봅니다.

아니,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어디에 숨었나? 킁킁킁... 어디서 호준이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그때부터 더 본격적으로 들리는 바스락 거림과 키득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외면한 채,

소리의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탐색하다 애꿎은 교구장을 벌컥 열어젖히며 허둥지둥 연기를 펼칩니다.


연기자로 데뷔를 했었어야 했나요? :-)


저의 명연기에 속이 터지기 직전이었던지, 아니면 웃음을 참기 힘들었었던 건지...

그때였습니다.

선생님의 꾸물거림을 참다못한 현지가 "여깄 지요~"라며 짜잔 등장을 하더니 그 후로 장식장, 블록장, 칠판 뒤에서 하나 둘 등장을 알리는 환호성이 들립니다.


"어머 깜짝이야"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가는 시늉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보가 터집니다.





유아기는 놀이와 상상 속에서 사회적 관계와 인지적 사고를 확장하는 시기로, 3~7세 아이들은 숨바꼭질과 같은 단순한 활동 속에서도 중요한 발달적 의미를 경험합니다.

어둡게 꾸민 교실과 메모를 남기는 과정은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분담하며 협력하는 모습으로, 이는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사고가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또 숨은 장소를 정하고 웃음을 참으며 긴장을 유지하는 과정은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고, 친구들과 함께 비밀을 공유하는 경험은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교사가 능청스럽게 연기를 더해주며 아이들의 의도를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놀이가 가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이는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중요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맞춤법이 틀린 메모조차 뿌듯하게 남기는 모습은 완벽함보다 시도와 참여가 존중받는 환경에서만 가능한 발달적 성취이며, 교사가 이를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은 아이들의 표현을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교육적 개입이 됩니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유아기의 발달적 특징인 상상력, 사회적 협력, 자기표현, 정서적 교류가 응축된 장면으로, 평범한 심화활동 시간조차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확장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따뜻한 교육의 순간이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아이들의 설렘을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어설픈 연기자가

되어주었을 때, 아이들의 눈빛에서 터져 나오는 희열과

선생님을 향한 무한한 친밀감을 느끼셨나요?

때로는 '정답을 알려주는 선생님'보다 '함께 망가져 주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마음에 더 깊이 남습니다.


ㅣ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꾸민 작은 장난을

'방해'가 아닌 '선물'로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 어떤

예상치 못한 행복이 숨어 있을까요?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