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주, 월요일
'으앙' 갑작스레 들리는 울음소리.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길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울음소리를 따라 찾아갑니다.
유아 선생님들에게 있어 아이의 울음은 그 어떤 소음보다 강렬한, 즉각적인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과도 같습니다.
소리의 진원지는 4살 반.
지안이가 바닥에 앉아 세상이 떠나가라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지안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눈이 마주치자
그 울음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집니다.
마치
"선생님, 저 좀 봐주세요. 저 정말 슬프단 말이에요!!"라고 호소하는 듯합니다.
상황을 살펴보니 도서 코너에서 책을 읽다가 책이 발등에 떨어졌는데 손에서 책이 미끄러진 상황이라 피가 나거나
큰 타박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 상황'이 있었으니 친구와 서로 읽겠다는 책을 양보한 후 이미 마음이 상해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울음은 발등의 아픔이 10이라면,
양보하느라 억눌렀던 서러움이 90인 셈입니다.
이럴 땐 백 마디 위로의 말이나, '호~' 선생님의 마법 입김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안이의 복합적인 슬픔을 단번에 잠재 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저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냅니다.
바로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캐릭터 반창고' 통입니다.
지안아, 많이 아프지? 선생님 생각엔 상어가족들이 도와주면 금세 나을 거 같아.
약상자가 열리고 다양한 캐릭터 밴드들이 충돌하는 순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세상이 떠나가라 울던 지안이의 울음소리가 '뚝'하고 멈춥니다.
눈에는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시선은 반창고에 고정됩니다.
지안이의 발등에 '상어가족 반창고'가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저의 기합소리에 '영차영차'하며 지안이는 벌떡 일어납니다.
책을 양보했던 속상함도, 발등의 아픔도 저 작은 반창고
한 장에 녹아듭니다.
유아기는 신체적 아픔과 정서적 서러움이 뒤섞여 울음으로 표현되는 시기로, 3~7세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충분히 설명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워 작은 사건에도 눈물이 쉽게 터져 나옵니다.
지안이의 울음은 단순히 발등의 통증 때문만이 아니라 친구와의 상호작용에서 느낀 서운함이 함께 얹힌 복합적 감정의 발현으로, 이는 유아기의 발달적 특징인 정서적 민감성과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좌절 경험을 잘 보여줍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필요로 하며, 교사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공감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감정을 수용받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캐릭터 반창고와 같은 상징적 도구는 단순한 치료 도구를 넘어 아이의 상상력과 심리적 위안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되어, 아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유아가 외부의 작은 상징을 통해 정서적 회복을 경험하고, 놀이적 요소가 결합된 상황에서 자기 조절 능력을 조금씩 키워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의 울음을 단순히 진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다시 일어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경험으로 전환해 주는 순간은 유아기의 발달적 과제인 자기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중요한 교육적 개입이 됩니다.
결국 작은 반창고 하나에 담긴 따스한 배려와 상징적 힘은 유아기의 정서 발달, 사회적 관계 형성, 자기 조절 능력 향상이라는 발달적 특징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가장 따뜻한 교육의 순간이 됩니다.
ㅣ 아이들에게 반창고는 상처 치료제일까요,
아니면 마음 위로제일까요?
ㅣ 발등의 상처보다 마음의 생채기를 먼저 덮어주었던
그 작은 반창고 하나.
여러분에게도 오늘 하루, 마음을 알아주는 반창고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