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행사가 있는 오늘,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곱디고운 빛깔들이 교실마다,
원마다 가득합니다.
1년에 딱 2번.
저 역시도 한복을 입는 날이 있으니 그 하루가 추석이고,
또 다른 하루가 바로 오늘 설날입니다.
평소에는 개구지게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던 모습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다들 의젓한 도련님, 아기씨가 따로 없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비단 치마 소리, 여기저기서 펄럭이는 색동저고리.
오랜만에 선생님도 낯선 옷고름을 매만지며 아이들 앞에 정갈하게 앉아봅니다.
이 한마디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해 봅니다.
"자, 이제 선생님께 세배를 올려볼까요?"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남자는 왼손이 위로'도 잊지 않습니다.
이마에 가져간 후 살포시 앉아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합니다.
천천히 일어나 다시 공수, 손을 모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 후 다시 다소곳이 앉습니다.
"올해는 더 건강하고, 더 씩씩하고, 더 많이 웃자"라는 덕담을 건네고 눈으로 한 명씩 인사를 나눕니다.
세배를 한 친구들은 쭈뼛쭈뼛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더니 방금 전 공손했던 두 손을 제 코앞에 쏙 내밉니다.
"세배를 하면, 세뱃돈 받는 거랬는데. 선생님 아무것도 없어요?"
"맞아요, 세뱃돈 받으면 넣으려고 여기 복주머니도 가져왔는데.."
아.. 어린이들에게 세배란,
마음을 전하는 의식이 아닌, 보상이 따르는 당당한 권리였던 걸까요?
기대에 찬 눈동자 앞에서, 웃음으로 대신하기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올린 그 고운 절에 대한 답례로는 부족한 듯합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지요.
동그란 우리 과자, 약과를 이쁘게 포장하여 복주머니에 담아 전해줍니다.
"자, 이건 선생님이 주는 아주 특별한 꿀 동전이야!"
비록 아이들이 그토록 원하던 '신사임당' 님이나 '세종대왕' 님은 아니지만, 달콤한 약과를 받아 든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환해집니다.
얘들아, 선생님 주머니는 비록 얇지만 너희를 향한 사랑은
이 약과보다 훨씬 더 달고 쫀득하단다.
세뱃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들을 가슴속에 가득 채우는, 그런 넉넉한 설날, 올해가 되기를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나의 영원한 아기씨, 도련님들!"
유아기는 전통과 문화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정서적 의미를 배우는 시기이며, 설날과 같은 특별한 날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행사 이상의 발달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3~7세 아이들은 의복, 절, 덕담과 같은 의례적 행동을 통해 상징적 사고를 확장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화를 몸으로 익히며 사회적 정체감을 형성합니다.
세배와 같은 전통적 인사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고, 교사가 이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덕담을 건네는 순간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관계적 신뢰를 심어줍니다. 또한 세뱃돈이나 작은 선물을 기대하는 모습은 유아기의 발달적 특징인 보상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규칙의 이해를 보여주는데, 교사가 이를 단순히 물질적 보상으로만 채우지 않고 상징적이고 따뜻한 방식으로 응답할 때 아이들은 나눔과 감사의 가치를 배우게 됩니다.
결국 설날 행사는 유아들에게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 정서적 교류가 함께 자라는 교육적 장이 되며, 평범한 하루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중받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ㅣ 아이들에게 세배는 '용돈'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따르는
거래였지만,
선생님은 '약과'라는 달콤한 추억을 건넸습니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숫자로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려
하지만, 진짜 귀한 마음은 '환산할 수 없는 것' 속에
있지 않을까요?
오늘 당신은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마음의 화폐'를
건네셨나요?
ㅣ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돈, 장난감)에
반응하지만, 어른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가치(존중, 사랑, 감사)'를 가르치는
것이겠지요.
'신사임당' 대신 '꿀 동전(약과)'을 받아 든 아이들이,
훗날 이 달콤함을 기억하며 마음이 넉넉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함께 응원해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