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열애

by 테라

사각거리는 소리 따라

지면에 살포시 내려앉는 읊조림.

새로운 시작과 아쉬운 마지막,

혹은 마무리되지 못한 그 어느 즈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니라면 깊숙한 곳 어디메쯤

너란 존재를 꺼내어

다정히 다시 마주한다.


왜 이제서야 찾아왔느냐는

원망 섞인 외침은,

분주히 이어지는

사각거림 속으로 조용히 녹여진다.


한밤에 번뜩 눈이 뜨여

몽중에 사라질까, 너를 놓칠까

혀끝에 맴돌던 조각들을

급하게 이어가는 사각사각.


지금 나는

분명하게도

너와 가장 뜨거운

목하 열애 중.






소녀시절,

말로는 담을 수 없는 벅찬 감정들을

글로 쏟아내는 것을 즐겼습니다.

글들이 쌓여 노트를 매울 때쯤

제 마음을 알아주던 절친이 먼저 저의 전공을 정해주었더랬죠.


하지만, 그 길에 들어서지 않은 이후로

글이라는 것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아닌

공기 중 흩어지는 잔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허공으로 흩어졌던 단어들이

어느 날엔가 여기저기 찢겨진 노트에

그 흔적을 남기기 시작할 때

내가 모른 채 했던 것이 아닌,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왔던

'글'이라는 오랜 인연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몽(夢) 중에 사라질까 다급히 잡아 써 내려가는

고요 속 사각거림.

저는 뒤늦게 목하 열애의 마음을 앓고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