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by 테라

강렬하지 않지만,

시선을 잡아매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너는.

발 머리는 이미 다른 곳을 향하는데

마음은 뒤편 네게로 남아있다.


잔잔함을 담고 있는 네 얼굴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향을 머금는다.


긴 긴 세월에도

한결같은 네 미소는

완벽하지 않음이 매력이 되어

모난 내 마음마저 둥글게 품어준다.




발걸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데,

자꾸만 마음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빛나는 새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하게 온기를 내어주는 낡고 오래된 것들입니다.


이 시는 지난겨울, 경주에 들렀을 때

박물관에 자리 잡은 그 어느 유물보다 제 시선을 끌던 '얼굴무늬 수막새'를 떠올리며 이어간 글입니다.

손으로 빚은 얼굴문양에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져 지금도 그때의 그 느낌이 내내 맴도네요.


세월을 이겨낸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훌륭한 위안이 됩니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미소 앞에서 잠시 무장해제 되어 온전한 쉼을 누려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곁에도 모난 마음을 둥글게 감싸주는 다정한 미소 하나가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2025. 12. 경주 박물관 / Photo by 테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