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by 테라

덜컹이는 기차 안

나란히 옆에 앉은 네가 건넨 그 한마디

숨을 멎게 하는 고백에

엄한 시선을 창밖으로 둔다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들은

이미 내 시야를 벗어나는데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을 들킬까

자꾸만 자꾸만 지나가는 풍경들을 잡아두려 애쓴다


목적지는 아직도 한참인데

이미 눈치채었던 너의 마음,

모른 채 지나고 싶었던 내 마음이 부딪혀

소용돌이는 덜컹거림을 더욱 부추긴다


너의 뜨거운 고백은

시간의 오차를 넘어서지 못하고

끝내 서늘한 바람이 되어

너와 나 사이를 가벼이 지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곳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뜨거울 수 없었던 그 말은

차갑게 식어 빈 좌석에 남겨진다.





다정한 글을 좋아하는데,

유독 '시'라는 장르를 만나면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온도감으로 쓰이는 글들에

보란 듯이 옛 기억의 서랍을 열어보았습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MT라는 단어에는 낭만과 즐거움 그리고 약간의 괴로움(사발식은 정말 아니었어요!),

풋풋한 추억이 빼곡히 담겨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 피곤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던 그 어수선한 공기 속에서

불쑥 건네진 누군가의 진심이 바로 이 시의 시작점입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썸'이라는 단어가 없었을 때였기에

직진 모드의 박력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주치지 못한 시선과 모른 척 지나치고 싶었던 마음이

좁은 기차 안을 가득 채우던 숨 막히는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도망치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했던 붉어진 얼굴과,

끝내 닿지 못하고 빈자리에 남겨진 그 사람의 온기는 아직도 어느 역을 떠돌고 있을까요.


새내기라는 기분 좋은 설렘이, 그때는 모든 것을 분홍빛으로 느끼게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서로를 향한 것이 되지 못하고 방향을 찾지 못할 때 시리고 아픈 자욱을 남기곤 합니다.

받을 수 없었던 마음이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음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걸까요?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그날을 떠올릴지도 모를

그때, 그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을 테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접어두어야 했던 그때,

가벼움은 아니었습니다.



2025. 04. photo by 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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