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차이 때문에요.”
연애시절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 매력적으로 보이던 그 모습이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하게 되는 가장 최고의 이유였는데 언젠가부터 미움과 증오가 뒤섞여 이해할 수 없는 그것이 되어버린다.
뉴스 속 연예계의 화제커플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헤어지겠다는 소식에도 어김없이 '성격차이'가 그 원인이 되곤 한다.
성격차이는 과연, 이혼사유 1순위 인가?
연애가 한창일 때에는 말이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계획적인 사람과 즉흥적인 사람,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과 조용한 사람. 서로 다른 성향이 오히려 균형을 이루며 ‘우린 잘 맞아’라고 믿게 하는 마법에 빠진다.
그런데 결혼은 다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그 ‘다름’은 점점 ‘불편함’으로
바뀌고, 불편함은 ‘갈등’으로, 갈등은 ‘거리감’으로 이어진다.
결혼은 서로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그 기술은 연애로는 충분히 익힐 수 없다. 그래서 묻고 싶어진다.
결혼도 면허가 필요하지 않을까?
'성격차이' 란 단어는 이혼커플들이 너무도 자주 들려주기에 이혼의 만능 키워드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정말 성격이 문제일까? 혹시 우리는 '성격'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결혼 생활에서 마주하는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성격(Character)'과 '기질(Temperament)'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기질은 타고난 것이다.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감정 반응의 속도나 강도, 자극에 대한 민감도처럼 변화가 어려운 본성이다. 반면 성격은 후천적으로 형성된다. 경험, 교육, 가치관, 사회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삶의 태도나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얼핏 전혀 다른 영역처럼 느껴지지만, 한 사람을 이야기할 때 기질과 성격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기질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를 결정하고, 성격은 그 반응을 어떻게 조절하고 표현할지를 선택하게 된다.
기질은 감정의 엔진이고, 성격은 그 엔진을 운전하는 기술이다.
이마고 부부치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마고 이론은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무의식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를 채워줄 것 같은 사람에게 끌린다. 그 사람은 나의 결핍을 채워줄 구원자 같았지만, 동시에 나의 상처를 자극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연애 초반에는 마법처럼 느껴졌던 다름이, 시간이 지나면 고통의 원인이 되는 이유다.
예를 들어, 감정 표현이 억제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감정적으로 풍부한 사람에게 끌린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그 풍부함이 과잉처럼 느껴지고, 감정의 기복이 불안하게 다가온다. 반대로 감정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차분하고 통제력 있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분함이 냉담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서로의 기질과 과거 경험이 부딪히면서 관계의 동력은 역으로 상처를 재현하게 된다.
이마고는 말한다.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선택하고, 그 상대가 당신의 미해결 과제를 해결해 줄거라 기대하지만 오히려 당신이 선택한 사람은 당신의 상처를 자극할 사람이다"
이 말은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열쇠다. 결국 성격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갈등을 이해하고 바라보게 해주는 렌즈다. 성격차이는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그래서 결혼은 성격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 기술은 연애기간만으로 충분히 익힐 수 없다. 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우리가 수련해 가야 할 필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의 짝이 된다는 것.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하나가 된다는 것. 이는 우리에게 깊은 성찰과 수련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결혼도 면허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할 것이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기질과 성격이 중요한 요소라면 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MBTI부터 Big Five 성격요인, 애착유형 등 다양한 심리검사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TCI로 기질과 성격을 살펴보고자 한다.
TCI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의 4가지 기질과 자율성, 연대감, 초월감의 3가지 성격으로 설명한다.
4가지의 기질 중, 자극추구는 자동차의 엑셀레이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경향이 있다. 모험심이 강하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위험회피는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을 한다. 불안과 걱정이 많고 조심스럽고 회피적인 성향을 가진다. 새로운 도전을 돌파하기보다 안전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적 민감성은 자동차의 백미러나 사이드 미러에 비유하곤 한다. 타인의 인정과 애정,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민감하며 관계 중심적이다. 자연스레 감정표현도 풍부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인내력은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노력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힘이다. 보상이 없어도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는 노력형 성취형의 사람들이다.
3가지의 성격 중, 자율성은 자기 조절 능력, 책임감, 독립성을 의미한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이 자율성도 높은 편이다. 연대감은 공감능력, 타인 수용, 협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서적 공감능력이 좋고, 사회적 신호에도 민감한 편으로 협업이 필요한 조직생활에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7가지 요인은 단순히 기질이 이렇다, 성격이 이렇다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기질과 성격을 함께 바라보면서 나와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반복적으로 갈등이 생기는지, 왜 그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하는지, 상대를 이해하는 지도이다.
예를 들어 내가 '위험회피' 성향이 높고 상대가 '자극추구 '성향이 높다면 나는 상대의 추진력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의 즉흥적인 변화와 욕구에 피로감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상대는 나의 조심스러움과 안전감을 추구하는 모습에 신중하다 매력을 느낄 수도 있지만, 답답함을 호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차이는 '성격차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지만, 실제로는 기질의 충동이자, 성격의 해석이자 반응이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기술이 바로 결혼 생활에 필요한 역량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다시 말하지만 단기간의 속성으로 익혀지거나 습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갈등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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