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주, 화요일
그림책 활동은 참으로 재미납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각자가 느끼는 바라보는 대상도 다르고, 느낌도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들려줄 이야기도 각양각색입니다.
오늘의 그림책 활동시간에는 새로운 그림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 선생님이 새로운 그림책을 가지고 왔어요.
이 그림책 표지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그림책이 기다래요"
"도토리도 있고"
"낙엽도 보이고"
"잠자리도 있어요"
책 표지에 보이는 그림들을 하나 둘 찾아내며 새로운 그림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모두들 궁금한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그림책을 소개할 때 제목을 가리고 표지의 그림만으로 제목을 지어보는 활동을 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고, 그림책의 내용과 어떻게 다른지,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는 것도 큰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 책 제목은 [도토리의 가을여행]으로 하면 어떨까요?" 지유가 손을 들며 이야기했고,
지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하윤이가 말을 덧붙입니다.
"나는 [가을 총출동!]이 더 좋아."
지유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용히 입을 다뭅니다. 표정이 살짝 굳고, 화난 입술은 삐쭉거려집니다.
하윤이는 자신이 생각한 책 제목을 빨리 이야기하고 싶었을 테고, 지유는 자신의 생각이 부정당한 것에 화도 나고 또 한편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금 접혀버린 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흰 도화지에 알록달록 그려지는 선과 같습니다.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때로는 어느 순간 만나면서 모양을 만들기도, 다른 색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맞고, 틀림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유가 말해준 제목도, 하윤이가 말해준 제목도 이 그림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제목인 거 같아.
그런데, 이 그림책 제목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선생님은 너무 궁금하네.
지유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 주었으니 지유 생각을 먼저 듣고, 그리고 하윤이 생각도 들어볼까?"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더 이어갑니다.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또 내 생각과 느낌 하고는 어떤 점이 다른 지도 알 수 있을 거 같아. 다른 친구가 이야기할 때는 잘 들어주고
친구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 "
하윤이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아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마음을 이해한 그 모습이 참 이뻐서 하윤이에게 보내는 살짝 눈윙크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점차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듣는 능력을 키워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끝까지 말하고 들어주는 경험을 통해 '나는 존중받는 사람이야'라는 감각을 형성하고, 이는 자존감의 기초가 됩니다.
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조절하거나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의 말에 끼어들거나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고 싶어 하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말이 끊기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낄 경우, 아이는 위축되거나 자신의 생각이 덜 중요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아이에게 경청의 질서를 안내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서로 다른 제목을 지어내는 활동처럼, 생각의 차이가 틀림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길러줄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느끼게 하고,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결국,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건강한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밑거름이 됩니다.
교실은 그 씨앗이 자라나는 따스한 흙이 되어야 합니다.
ㅣ 아이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태도와 경험을
어떻게 알려주고 있나요?
ㅣ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