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주, 수요일
아이들의 행동을 조성할 때,
우리는 크게 '강화'와 '처벌'이라는 두 가지의 기술을 사용합니다.
강화는 행동의 지속이나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
처벌은 행동의 중단이나 빈도를 낮추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그중에서도 '처벌'은 때때로 무서운 이야기나 상상의 존재를 빌려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친구 한 명이 원을 방문했습니다.
지난번 상담을 하고 입학을 하기로 결정 후, 등원하기 전 다시 한번 원에 방문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원 이곳저곳을 모험하는 듯
이 교실에서는 기차놀이를, 저 교실에서는 블록놀이를
입구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는 한참이나 금붕어들의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금붕어들과 숨바꼭질도 합니다. 엄마의 가자는 재촉에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탐색을 이어갔지요.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는데도
"내일 다시 와서 또 놀자"라는 엄마의 달램에도 아이의 놀이는 멈추기가 아쉬운 모양입니다.
"가면서 놀이터 들렸다 가자"
"마트에 들러서 맛난 거 사가지고 가자"는 아이를 유혹할 여러 방법들이 동원되지만, 아이는 여전히 집에 갈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엄마의 최후통첩이 떨어집니다.
"너, 지금 안 가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아이는 순간 멈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토록 즐겁게 뛰놀던 발걸음이 멈추고, 금붕어를 행해 웃던 입꼬리도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엄마 손을 잡고 현관을 향해 걸어갑니다.
"엄마, 지금 깜깜해져서 망태할아버지 와요?"
아쉬운 마음인지, 불안한 마음인지 몇 번이고 엄마에게 같은 질문으로 확인을 하는 아이입니다.
그 말은 분명 효과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야 하는 엄마의 목적은 달성이 되었고,
아이의 놀이는 멈춰졌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이 남아있을까요?
'망태 할아버지'는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이해'가 아니라 '두려움'이었습니다.
아이의 자율적인 판단이나 감정조절이 아닌,
외부의 위협에 의한 순응이자, 겁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작은 그림자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너무 놀아서 나쁜 아이가 된 걸까?'
'진짜로 망태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나를 데리고 가면 어떡하지?'
그 불안은 아이의 마음속에 조용히 남아,
내일의 즐거운 등원길을 망설이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기술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내면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유아기는 상상과 현실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3-7세 아이들은 상상의 존재를 실제처럼 받아들이며,
그에 따른 정서적 반응도 매우 생생합니다.
'망태 할아버지'라는 말 한마디에 아이의 행동은 멈추지만, 그 안에 남는 감정은 '이해'가 아닌 '두려움'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 마음속에 불안과 혼란의 새기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의 '맥락'을 읽고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집에 가기 싫은 아이는 단순히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겁고, 끝나는 것이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 감정을 인정하고
'정말 재미있었구나. 내일 또 올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존중받았다고 느끼고, 스스로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나의 감정이 이해받고 있구나'라는 내면의 메시지는
아이가 세상을 안전하게 탐색하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반면, 무서운 존재를 통한 행동 조절은 아이에게 '나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존재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자기 조절 능력보다는 외부의 위협에 의존하는 조건부 반응을 학습하게 됩니다.
아이의 행동을 멈추는 기술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태도가 더 오래갑니다.
유아기의 교육은 단지 행동을 바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숨은 감정을 읽고, 아이의 내면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ㅣ 아이의 행동을 지속 또는 멈추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나요?
ㅣ 아이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이해시키는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신입상담의 경우,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조금 더 익숙해짐을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동반을 권유드리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상담이 진행동안 부모님과 옆에서 기다리기도, 떨어져서 놀이가 한창인 친구들도 있게 되는데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이 매력적으로 느껴질수록, 짧은 놀이 시간은 더욱 아쉽게 늒질 수 있습니다.
이때 놀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그 모습 속에서 평소 부모님들의 양육방법을 바라보게도 됩니다.
'망태 할아버지'의 존재는 제 어린 시절에도 자주 등장했던 존재였는데 세월을 건너뛰어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음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대를 지나,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시겠지요.
중요한 것은 '망태 할아버지'라는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이 단어를 대신하는 다양한 두려움의 대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보다, 두려움을 통해 행동을 조절하려는 방식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어른의 언어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궁금하시면 이 부분도 공유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