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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Feb 24. 2019

돈 벌며 벤츠 타기

사치재에서 투자로

이전 ‘종잣돈과 친해지기’ 글에서 사치재 구매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사치재의 대표격인 고급 자동차를 예로 들어 사치재 구매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 사랑은 정말로 각별합니다. 크지 않은 나라에 이렇게 고급차가 많은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외국여행 중에 자동차 할부금 때문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리스크에 보수적인 은행이 자동차 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의 자동차 사랑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급차를 사는 방법은 보통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호갱님: 할부로 구입하거나, 대출을 받아 구입한다.

반응하는 말: “지금 아니면 영영 못 탑니다” “월 XX만 원이면 됩니다” “차 살 때 요새 누가 일시불로 하나요?”


똑똑님: 모아놓은 돈으로 구입

반응하는 말: “현금이니 당연히 추가 할인해드려야죠”


알뜰님: 모아놓은 돈으로 2~3년 된 중고차 구입

반응하는 말: “새 차를 왜 사죠? 좀 지나면 어차피 다 중고차에요”


차 사시는 분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대부분이 대안에 대한 고민 없이 싸게 사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택시비로 5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년이면 260만 원, 10년이면 2,600만 원을 택시비로 쓰게 됩니다. 웬만한 벤츠 차량이 6천만 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게다가 운전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 차량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보험료, 각종 세금, 주유비, 주차비, 수리비, 대리기사 비용 등등을 감안하면 차량 소유에 따른 대가가 정말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택시 외에도 차량공유 서비스와 렌터카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과 여러 대안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차량을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창 돈을 모아야 할 20대는 차를 늦게 살수록 내 집 마련이 빨라집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났거나 거주지 교통이 너무 불편한 경우에는 차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에서 자동차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인 경우도 있겠지요. 이런 경우 차를 꼭 사야겠다면 반드시 계획을 세우고 구입해야 합니다.


집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집을 먼저 사는 것이 순서입니다. 상환부담이 가벼워질 정도로 대출이 줄어들고 나면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차를 살 수 있습니다.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잘 운용하면, 대출상환 후에 집과 차가 남게 됩니다. 주택담보 대출을 이용하는 이유는 대출금리가 어떤 방법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급한 마음에 차부터 사게 되면 할부금을 다 갚을 즈음엔 가치가 한참 떨어진 중고차만 남게 됩니다. 집도 차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차보다는 집이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을 살 계획이 없거나 이미 유주택자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벤츠 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노력한다면 심지어 돈을 벌면서 벤츠를 탈 수도 있지요. 이왕 벤츠를 사기로 결정했다면 살 때도 영업사원에게 허세 한번 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일시불이나 사장님들이 사용하는 리스로 사야지 할부나 대출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차 값 정도는 수중에 있어야 합니다.


이왕 고급차를 사는 김에 2억 원짜리 벤츠를 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억을 어느 세월에 모으냐고 하신다면 안타깝지만 벤츠를 타면 안 됩니다. 10년 지나면 가치가 없어지는 차에 최소 6천만 원(저사양 벤츠 가격)을 쓸 의향은 있지만, 2억은 모으기 힘든 분이라면 벤츠는 안 타는 게 맞습니다. 2억을 모으는 동안에는 무슨 모델을 살까 고민하시지 말고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서울 외곽이라면 수익률 5% 정도의 상가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억이면 조그만 구분상가 한두 채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럼 월수입이 80만 원가량 나올 것이고 이 금액이면 웬만한 E-class 정도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C-class를 선택하신다면 리스료를 내고도 돈이 남을 것입니다.

(저도 자동차판매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오류가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자동차는 영업사원에게, 투자는 눈사람에게)

이런 방식으로 차를 사면 일단 임대사업자 사장님이 되실 수 있습니다. 또 리스료의 일부나 전부가 경비처리되기 때문에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고 보험료나 세금도 크게 절약됩니다. 최근 벤츠 판매량이 르노삼성이나 한국지엠을 앞선다고 합니다. 부자도 많고 집보다는 차를 우선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리스를 이용하는 사업자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쯤에서 예상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상가 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지요?”

“상가가 공실이 나면 어떡하지요?”


차를 사고 나면 중고차 외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이런 방식으로 구매를 하면 10년이 지나도 상가가 남습니다. 상가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매수가 대비 절반 이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10년이 지나면 차의 가격은 반드시 0에 수렴합니다. 상가 공실은 매수 전에 임차인의 계약만기, 주변 임대시세 등을 파악하면 단기간 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10년 후 가치가 사라질 자동차는 쉽게 사면서도 10년 후 십중팔구 가치가 오를 부동산을 사는 것에는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재테크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상가를 사도 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입니다.


“임대 수익률이 실제로 그렇게 나오나요?”

“상가 관리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저도 차가 한 대 있습니다. 제 차는 비싼 고급차일까요? 결혼하는 시점에 일시불로 구매했고 만 7년 정도 된 흔한 국산차입니다. 제가 상가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였습니다.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게 되자 어떤 방식으로 현금흐름을 방어할지 고민을 하게 됐고, 상가 임대료로 교육비를 충당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영어 유치원으로 옮겼지만 월급 외 수입이 늘어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철학은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차를 사는 것보다는 확실히 값진 일에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의 기쁨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부금도 다 내지 못했는데 자동차 회사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좀 더 지나면 아예 새 모델을 내놓습니다. 자동차 구매로 기쁨을 계속 느끼려면 2~3년마다 차를 바꿔야 합니다. 반면, 좋은 자산은 꾸준히 수익을 주는 데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도 올라 보유하는 동안 계속 즐거움을 줍니다.


자동차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상가투자에 대해 관심이 조금 생기지 않으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도 하고 싶고 좋은 차도 타고 싶은 분이라면 제가 알려드린 방법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투자를 통해 과실을 맛보는 시점에는 벤츠에 대한 열망과 기쁨은 그다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성공한 투자가 주는 행복은 자동차가 주는 기쁨보다 훨씬 크고 넓습니다.


‘경고! 자산증대에 중독되시면 고급차를 못 타게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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