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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Apr 07. 2019

투자의 국영수

경제, 금융자산, 부동산

어느덧 벌써 열여덟 번째 글입니다. 지금까지 써놓은 내용을 훑어보니 제 투자철학의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투자 각론으로 들어갈 차례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오늘은 투자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기본틀을 잡으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와 비교해 투자공부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위에서 접하는 재테크 관련 글을 보면,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는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등 정말로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부로 치면 꼴찌가 독한 마음을 먹고 밤낮으로 공부해서 2년 만에 서울대에 합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는 제 자신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글은 쓰지 못합니다. 대신 많은 분들이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다 싶은,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이 인서울 대학에 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원하는 역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투자 행위를 합니다. 그런데 투자의 영역에서는 공부로 치면 초등학교에서 배웠어야 할 기본조차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다룬 절약과 저축은 손 씻기나 인사하기 같은 기본 생활규범으로 볼 수 있고, 예금과 대출, 수익률 등은 글쓰기, 말하기, 사칙연산과 같은 기본 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량자산에 대한 장기투자를 추구하는 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개념조차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기초 부족에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수능시험을 보러 가고 있습니다.


학생은 국영수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투자의 국영수는 바로 경제, 금융자산, 부동산입니다. 학생은 국영수를 모두 공부해야 하나, 투자에 있어서는 경제를 기본으로 나머지 두 과목 중 하나만 잘해도 승산이 있습니다. 수능처럼 과목별로 만점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자산에서 빵점을 맞더라도 부동산에서 200점을 받으면 만회할 수 있는 것이지요.


투자공부에 있어 ‘경제’가 필수과목인 이유는 경기변동을 이해해야 탑다운(Top-down) 투자방식의 기본을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탑다운 투자방식을 알면 지금이 투자할 시점인지, 지금 투자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에 대한 공부 없이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공부를 먼저 시작해도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기변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상과 대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좋은 종목이나 물건에 투자했다 할지라도 가격 하락에 마음 아픈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투자금 회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경제공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예전에 교과서에서 본 기억을 떠올려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공부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재산증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려면 윈도 사용법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굳이 컴퓨터의 기원부터 공부할 필요는 없겠지요? 경제공부는 경제상식 서적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런 책들을 먼저 보고 평소에 경제기사를 보면서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공부하시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경기변동이나 경기주기 판단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더욱 세심하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금리는 모든 투자에 중요한 요소이므로 자세히 공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중에서는 관심 가는 분야부터 공부하시면 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두자면 부동산을 먼저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산증식이 내 집 마련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첫 번째 집을 어디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10년 후 자산가치 차이가 크게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다양한 정보를 얻기 쉬운 아파트부터 공부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부동산은 우량자산에 대한 장기투자를 몸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어렵고 꽤 큰 종잣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런 단점도 잘 활용하면 장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로부터 신중한 의사결정과 결단력을 배우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면 재산증식을 위한 기초체력이 자연스레 쌓이게 됩니다.


다음으로 금융투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금융자산이라는 단어를 듣고 주식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자산은 주식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개인도 채권 거래가 가능하고 펀드나 ETF도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혹은 반대로 펀드나 ETF는 초보자들이나 공부하는 것이라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펀드의 종류, 운영방식, 상품구조에 대해 설명할 수 있으십니까? ETF를 나름의 기준으로 5가지 이상 분류하실 수 있으십니까?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펀드나 ETF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펀드와 ETF만 제대로 공부해도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전통적인 자산부터 파생상품까지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상품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거래도 매우 간편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거래가 쉽다 보니 단기투자에 집착하게 되고 자꾸만 더 위험한 상품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곡선의 게임(‘투자, 게임의 법칙’ 참조, https://brunch.co.kr/@growingsnow/14)이라는 늪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산을 조금씩 사모아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느낌으로 장기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투자의 국영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국영수 중에 가장 기본은 국어입니다. 국어를 모르면 영어와 수학도 잘 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언어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투자공부에서 기본은 경제입니다. 경제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공부를 병행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조금만 공부해보면 투자란 이 세 과목이 연결된 통합 교과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다음번에는 투자공부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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