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나에게 준 것

분주함은 또 다른 게으름이다.

by 그로우마마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번아웃이 나를 멈추게 했다.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잘해왔기에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 믿어왔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4년간 나를 찾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다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이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또는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ㆍ생리적으로 지친 상태를 말한다. 나는 잘 몰랐는데 내 몸은 아니었나 보다.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뭔가에 홀린 듯 '이대로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또는 아내의 삶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다. 나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다. 미라클 모닝, 많은 양의 독서, 여러 커뮤니티 활동 등 틈이 나는 대로 나를 몰아세웠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들어야 하는 강의는 5일을 꽉 채우고 있었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처음 블로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땐 정말 재미있었다.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만큼 움직여지진 않았다.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모티콘을 그려보겠다며 아이패드를 거금을 주고 샀다. 알려주는 대로 그려봤지만 나의 미적감각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 몰랐다. 전혀 관심 없는 분야 말고 내가 그동안 관심 있던 분야를 배우자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강의를 듣고 수수료 내가며 물건을 알아봤다. 모의 입찰은 할 수 있었지만 진짜 법원에 가 입찰을 할 수 있는 목돈이 없었다. 그렇다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공간임대업에 대해서도 배웠다. 하지만 나에게 집을 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 계속해서 배우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나에게 운이 없는 거라며 사주공부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수업료만 해도 경매입찰 보증금은 나왔을 거다. 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이를 토대로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열심히 열정을 불태우다 문득 멍해지거나 가만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짧은 영상을 계속해서 보게 되었다. 아이들 저녁밥을 차리는 것이 점점 귀찮아지고 집안일이 싫어졌다. 가끔은 엄마만 찾는 아이들이 미워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점점 날카로운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드라마를 밤새가며 정주행 하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평소엔 보지도 않던 영화를 찾아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 때문에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고, 복잡한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지난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할 수 있었다. 번아웃을 통해 진정한 성취감은 끊임없는 분주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여유와 균형을 받아들이는 데서 온다는 것을 배웠다. 분주함은 또 다른 게으름이란 글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동안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여유로움은 사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만족스러운 삶에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길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