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해도 흔들리지 않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별 뜻 없이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또 누군가의 툭 내뱉은 말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한다. 특히 일을 하다 보면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태도나 말투 하나에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무시당하고 있는지 예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일이었다. 공사 중이던 어느 날, 집주인 분께서 청소하시는 분께 "오늘 공사가 있어서 먼지가 많이 나요, 수고 좀 해주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평소보다 먼지가 많아질 수 있다는, 다소 미안함이 섞인 배려의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청소하시는 분은 무척 언짢은 기색이었고, 갑자기 나에게 날을 세우며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세요, 쓰레기 버리지 말고요"라고 신경질적인 말투로 쏘아붙이셨다. 마치 나에게 감정을 푸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네,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니 걱정 마세요"라고 차분히 응대했지만, 솔직히 속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이유 없는 날선 말투에 자칫 나의 태도나 방식이 문제인 것처럼 느껴졌고, 순간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감정을 느꼈다.
인테리어 업종에서 일하며 나는 늘 주변 정리를 철저히 해왔다. 깨끗한 뒷정리는 단지 예의가 아니라, 다음 일감으로 이어지는 평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무리 정리에는 누구보다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 말 한마디는 억울하기도 했고 괜한 오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감정의 뿌리는 결국 ‘자존감’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내가 나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가가 그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먼지가 묻은 작업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때때로는 흙먼지에 뒤덮이고, 땀이 흐르지만, 그 옷은 내가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흔적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에서 묵묵히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의 일을 하찮게 여기더라도, 그것이 내 존재를 깎아내릴 순 없다. 내가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면 말이다.
또한, 나는 거리의 청소노동자 분들을 보며 '부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분들도 나와 같은 ‘노동자’이고, 세상의 자리를 묵묵히 채워가는 사람들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다만, 세상이 만들어놓은 위계와 서열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위치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할 뿐이다.
자존감은 그런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힘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말투를 쓴다고 해서 내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말에 스스로 무너질 때 진짜 작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나의 자존감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매일 쌓아가는 것임을.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누군가 나를 하대해도 오히려 그 사람이 자신의 품위를 잃는 것임을 아는 내면의 단단함. 그것이 진짜 자존감이다.
자존감이란, 때로는 상처받은 날에도 나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스스로에게 ‘괜찮아,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다. 내 일이, 내 모습이, 내 하루가 비록 남들 눈에 멋지게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이 삶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도 먼지를 뒤집어쓴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 나선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삶이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는 한, 내 삶도 충분히 빛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