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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작가 Jul 02. 2023

경단녀 엄마가 돈을 벌어왔다.  

8년 동안 전업주부였던 엄마가 드디어 일을 시작했다. 

아, 전업주부의 노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월급, 무연차, 무보너스 '3無'상태로 했다. 

딱 한 번이라도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엄마는 선을 봐서 결혼했다. 결혼해서 평생을 공주처럼 사랑해 주며 일하지 말고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하며 돈 버는 일은 아빠가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는 엄마가 간식을 항상 준비해 놓았다.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절이 기억난다. 나도 결혼하면 엄마처럼 아이들 간식 준비하고 기다려야지~!!! 


결혼을 하고 느낀 것 중 하나는 분명 집에서 아이만을 케어했던 엄마도 수월하진 않았겠구나!!! 그 당시 아빠는 기업의 감리직을 맡고 계셔서 4인 가족의 평균 생활비보다 훨씬 많이 엄마에게 주셨다. 아빠는 엄마가 일하는 대신 더 열심히 혼자 경제적인 책임을 진다고 생각했다. 책임감 있는 남자와 결혼해야 돼!!!! 지금부터 나의 결혼 상대는 경제적으로 생활력이 강한 사람과 해야지!!!! 


'딸은 친정엄마의 팔자를 따라간다.'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었다. 나도 그런 사람과 결혼하겠지. 내가 선택한 사람이라 믿었다. 신랑과 나는 대학교 조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조교 월급 150만 원 둘이 합쳐 300만 원이다. 그래도 둘이 살 때는 그럭저럭 살만 했다. 매월 저축도 꼬박꼬박 100원씩 했다. 2년 동안 열심히 모았다. 둘이 벌 수 있을 때 악착같이 모았다. 미래를 상상하며 돈이 차곡차곡 모아질 무렵, 남편은 교수님이 운영하는 회사에 제안을 받았다. 교수님이 운영하시니 믿을 만한 곳이고 월급도 잘 챙겨주신다고 하셨으니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월급날이 되었는데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하시면서 애간장을 태우셨다. 일단 모아둔 비상금으로 지내며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도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문득 불안해졌다. 가족과는 돈도 빌려주지 말라고 하는데 착하고 착한 남편이 교수님에게 '괜찮습니다.'라고만 할 것 같았다. 월급은 3개월 뒤에 들어왔고 신랑은 교수님과의 일을 그만두었다. 이곳저곳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직장을 옮겼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언젠가는 나도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일을 할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며 결국 우리 가정의 경제적 위치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반도주하는 것 마냥 외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교육, 환경, 문화 환경 따져보지도 못하고 형편에 맞게 이사를 했다. 매일 눈을 뜨면 숨이 막혔다. 숨 막히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결혼 10년 동안 일할 해야 된다는 간절한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내가 벌어야겠다!!!! 밥 달라며 입 벌리고 있는 예쁜 딸 둘이 보니 외벌이로는 택도 없었다. 나도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렇게 나는 둘째가 13개월 되어 어린이집 갈 즈음, '시간강사'가 됐다. 초등, 중등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니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간식 하나 더 챙겨주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다. 잘 가르치는 것보다 마음을 주는 선생님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호랑이 선생님이 아닌 예쁘고 착한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마음까지 살 수 있었다. 학원으로 오는 아이들 대부분 엄마가 일을 하는 학생들이다. 아마도 나처럼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엄마들일 것 같다. 애들을 챙기면서 돈도 벌며 선생님 소리를 듣는 것도 꽤 근사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하루 5시간 선생님으로 일하며 월 80만 원의 적지 않은 돈을 받았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현정 선생님!! 오늘 수업은 어떻게? 새로운 아이들 두 명이 있는데 현정 선생님 반으로 배정시켜도 될까요?!!!!!" 선생님 소리 들으며 멋진 엄마로 살고 있며 경제적 활동을 시작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 눈치 안 보고 아이들 간식과 옷을 사줄 수 있겠구나!!! 그동안 미루었던 운동 등록해야지!!! 

아! 이거 배우고 싶었는데!! 경제적 활동을 하며 이제는 내가 번 돈에 대한 선택권이 생겨 소리쳤다.  나도 이제 돈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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