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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집에서 다시 피워낸 나의 일과 삶

by 꾸주니작가

“퇴사합니다.”


그 한마디를 눌러 보내던 날,
속은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무언가를 내려놓는 건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책임을 떠안는 일이기도 했다.

교육 학원 강사이었던

내가 ‘재택맘’이 되기로

결심한 건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더 가까운 시간을 갖고 싶었고,
그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집에서의 일.
블로그 대행이라는 새로운 일을 맡으며
나는 다시 ‘일하는 나’로 돌아왔다.


모니터 너머 클라이언트와 마주하고,
검색 키워드를 분석하고,
제품을 이해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
처음엔 서툴고, 어설펐지만
한 달, 두 달, 아홉 번째 달이 되니
이젠 제법 ‘나의 일’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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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 그 사이를 걷는 하루

아침 7시.
아이의 “엄마~” 소리에 하루가 열린다.
아침밥을 차리고, 옷을 입히고,
두 아이의 하루를 준비시키는 시간 속에서
머릿속은 오늘 써야 할 블로그 주제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놀 때면 노트북을 펼치고,
낮잠 자는 시간이면 그 틈을 노려 집중한다.
밤이면 눈을 비비며 수정 요청 메일에 답장을 쓴다.
일과 육아가 동시에 존재하는 삶.
누군가 보기엔 정신없고 버거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리듬이 내게 가장 잘 맞는 호흡이라는 걸.

아이와 놀다 잠시 눈을 돌려 일하는 나를,
일을 하다 아이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흔들리는 나를,
나는 요즘 조금씩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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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 나를 위한 시간

이제는 육아도 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틈틈이 나를 위한 시간도 만들고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온라인 클래스를 듣고,
내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는 시간.
“나도 발전하고 있다”는 감각이
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자기 계발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다.
짧은 강의 하나, 필사한 줄,
혹은 오늘 있었던 일을 마음으로 정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숨 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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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익, 나만의 성취

그리고 이제,
블로그 대행으로 매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크고 단단한 증거다.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군 결과는
자존감이라는 이름의 뿌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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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나답게

하루가 끝날 때,
조용한 집 안에서
혼자 마시는 차 한 잔이 요즘 나의 사치다.
그 안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다독인다.

> “오늘도 아이를 사랑했고,
일도 해냈고,
나도 챙겼다.
완벽하진 않아도,
참 괜찮은 하루였다.”

퇴사 후 시작한 삶은
예상보다 조금 더 고단했고,
그만큼 조금 더 값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이도, 일도, 나 자신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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