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AI에게 대충 맥락만 던져주면 코드가 마치 그림처럼 나타난다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기심이 앞섰고, 나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정말 될까?” 싶다가도, AI가 내 의도를 읽어내고 코드로 풀어내는 순간마다 신기함과 흥분이 교차했다.
그때의 나는 개발 경험이 많지 않았다. 피그마로 디자인을 그려내고,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코드로 그걸 구현하는 것은 늘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바이브 코딩은 달랐다. 기능 정의서를 쓰고, 피그마 화면을 만들고,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코드 스케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원래 논리보다 ‘그림’으로 생각하는 쪽에 가깝다. 복잡한 구조를 글로 풀어내기보다는,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며 흐름을 잡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은 내게 잘 맞았다.
AI에게 간단한 아이디어를 주면 화면이 그려지고, 흐름이 만들어졌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서비스의 모양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다. 그동안은 비개발자로서 늘 벽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바이브 코딩이 그 벽에 작은 문을 내주었다.
물론 한계도 금세 드러났다. 코드 품질은 들쑥날쑥했고, 유지보수는 어려웠다. 조금만 복잡해지면 금세 스파게티 코드가 되었고,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저래서 무슨 서비스를 만들겠냐”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로 한동안은 ‘바이브 코딩으로 얼마 벌었냐’ 같은 이야기만 돌았다. 그러나 나는 그 속에서도 배웠다. 실패를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욕구가 생겼다.
요즘 내 책상 위에는 연습장이 수북하다. 하루 16시간 가까이 앉아 개발과 AI를 돌리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코드를 스케치하듯 적어 내려간 흔적들이다. 육아와 식사, 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온전히 이 시간에 쓰인다.
허리는 부서질 것 같고, 몸은 늘 무겁다. 하지만 그만큼 내 안에서 무언가 자라고 있다. 예전에는 “나는 비개발자니까”라며 선을 그었던 영역들이 이제는 내 손끝에서 가능해졌다. 스케치는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만들 서비스의 설계도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나는 오히려 개발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진짜 개발자의 전문성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깨달았다. AI가 만들어주는 코드로는 충분히 커버할 수 없는 영역들이 분명히 있다. 바이브 코딩은 나를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뜨린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협업의 필요성과 새로운 니즈가 자라났다.
바이브 코딩의 열풍이 사그라들자,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에이전틱 코딩(Agentic Coding).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개발팀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역할을 분담하고, DB 스키마와 의존성을 고려하며, 코드 품질과 유지보수를 챙기는 방식. 아이디어를 듣고 데이터베이스 구조와 DDL을 바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단계로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큰 울림을 주는 개념이 있었다. AI 네이티브 코딩(AI-native Coding). 이제는 AI가 곁에 있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개발의 기본 전제가 되는 방식이다. 설계부터 코드 작성, 테스트, 배포까지 AI와 함께한다. ‘AI가 도와준다’가 아니라, ‘AI가 팀원이다’라는 관점. 나의 여정은 단순히 코드 몇 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시장 검증과 SaaS화, 자동화와 확장으로 이어진다.
바이브 코딩은 많은 실패를 낳았지만, 그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배움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공부를 시작했다. 단순히 ‘코드를 짰다’가 아니라, 실패 속에서 니즈가 구체화되었다는 것이 더 크다.
여기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아이디어는 빠르게 시각화하라. 연습장에 스케치하듯 AI에게 던져보라.
하지만 반드시 구체적인 유저 플로우를 정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무른다.
실패는 과정이다. 스파게티 코드도, 잘 안 되는 기능도, 다 다음 단계를 위한 재료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협업해야 할 것을 구분하라. 그래야 다음 서비스가 나온다.
바이브 코딩은 나에게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 그건 나 같은 사람에게 IT 세계를 열어준 또 하나의 문이었다. 도전하고, 부족함을 깨닫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지금도 나는 책상 위 수북한 스케치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 그림들이 진짜 서비스가 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다. 혼자서도 상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
그리고 협업의 필요성을 동시에 안겨준 경험.
바이브 코딩은 내게 개발 언어를 가르쳐주진 않았다. 대신 개발 사고법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사고법 덕분에 나는 지금, 비즈니스와 기술을 동시에 붙잡는 창업가형 네이티브 코더로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개발 기록
https://www.youtube.com/live/M-gLbn-ZuBE?si=-tudgx7gFpYJrRV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