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가 좋다고 배웠습니다.

by 배즐성

'완모'란 분유를 섞어 먹이지 않고 순전히 모유로만 수유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부부는 조산원에서 아주 철저한 모유 수유 교육을 받았다. 모유는 산모의 자궁 수축을 촉진하여 몸을 회복시킬 뿐 아니라 체중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배웠다. 모유는 아이에게도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뇌 발달에 도움을 주며, 면역력도 강화시킨다고도 배웠다.


분유를 먹게 두지 말고 모유가 안 나오더라도 젖을 물려서 모유가 충분히 생성될 수 있게 하라고 하셨다. 결정적으로 '1년'은 모유를 먹이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1년간 '완모'를 해보리라!




조산원에서 교육받을 때, 조리원을 간다면 꼭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셨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우리는 조리원은 가지 않고 집에서 어떻게든 해보리라 생각해서 예약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은 날 밤, 남편은 아무래도 우리 둘이서 하기엔 역부족일 것 같다고 판단하고 급하게 조리원을 알아보고 가게 되었다.


남편에게는 2주 간의 휴가를 받았기에, 둘이서 충분히 아이를 돌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먹고 자기만 한다는 신생아는 아니었다. 무엇이 불편한지 침대에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대는 아이를 우리는 마주하게 되었다. 분유를 먹이지 말고 모유를 먹이라는 말에 분유를 먹이지 않고 버텨보았다. 아직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서인지 계속 울어대길래 쉬지 않고 물렸지만 제대로 빨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론적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깊게 물린다고 물리는데도 잘 안 됐다. 그렇게 내 유두는 찢겼다. 피가 나와도 괜찮으니 물리라는 말을 또 어디선가 들었다. 아이가 빨 때마다 상처 난 곳을 더 긁는 듯했다. 손을 잔뜩 움켜쥐며 눈을 질끈 감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아이는 특히 밤에 잠을 자지 않았다. 그렇게 3일쯤 지났다. 우리 부부도 두 손 두 발 들고 신생아실에 분유 조금만 먹여서 재워달라고 말씀드리고 3시간의 꿀잠을 잤다. 간호사님의 권유에 따라 마사지를 받으며 수유를 하는 게 차차 익숙해져 갔지만 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를 고집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신생아실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고집불통 우리 부부를 말렸다.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이 악물고 버텼다.


일주일 간의 조리원 생활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유 수유가 안정적으로 되었지만 아이는 좀처럼 잠을 깊게 자지 않았다. 특히 생후 20일까지는 밤부터 새벽에 단 한숨도 자지 않았다. 아침 6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서야 3시간 정도 자 주었으니까. 아이가 잠을 못 자니까 덩달아 나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면욕'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잠'을 잘 잔다는 것이 왜 축복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




친정엄마가 며칠간 산후도우미를 자청해서 오셨다. 상황을 지켜보시던 친정엄마는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본인이 분유 먹여서 재워볼 테니 잠을 좀 자라고. 그렇게 우리는 모유 수유의 환상에서 깨어나 적어도 밤에는 분유를 먹여보기로 마음먹었다. '알겠다'라고 답하고 밤 10시쯤 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엄마가 날 깨웠다. 새벽 4시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아이를 내게 던지듯 건네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1차 실패였다.


아이는 젖병인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서는 혀로 밀어내고선 울어댔다. 엄마의 젖이 아니면 바로 거부했고 애처로이 울부짖었다. 젖병의 꼭지가 입에 맞지 않은 건가 싶어서 다른 젖병을 구매해서 시도해 보았다. 2차 실패였다. 분유 종류를 달리 해 보았지만 3차 실패로 이어졌다. 그렇게 생후 70일째가 되었고, 그제야 3시간을 2번 자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다. 그 길로 우리는 분유 수유를 포기했다.


분유 수유를 포기한다는 것은 모유를 주는 주체인 내가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 발목을 잡혔고, 계획했던 1년 '완모'라는 미션을 엉겁결에 달성했다.




모유 수유의 장점은 온전히 누렸다. 몸의 회복이 다른 산모들에 비해 훨씬 빨랐다. 수유 자체가 체지방 분해를 촉진시켰는지 출산 10일 만에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갔다. 아이는 생후 1년 간 크게 아픈 적이 없다. 분유와 젖병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년 전의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온 마음과 에너지를 다 해서까지 힘을 쓸 필요 없다고. 좀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지금 그대로도 좋은 엄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