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을 찾아서

by 배즐성

성인 기준 적정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초보엄마의 수면시간은 몇 시간일까?

이는 아이의 수면시간에 달려 있다.


첫째 아이는 흔히 말하는 등센서를 장착하고 태어난 아이였다. 아이가 유난히 잠을 자지 않았다. 낮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안겨 있었고, 겨우 재운다 하더라도 침대에 눕히면 바로 일어났다. 생후 20일부터는 밤에 딱 3시간을 잤다. 생후 70일이 되어 밤에 3시간씩 2번 잠을 자주어 그날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하루 수면시간이 두세 시간이라면 버티기가 힘들어지고 괴로워진다.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는다.


생후 2개월부터는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잘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안아서 재운 후 눕혔기에 수면교육에 대실패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무리 졸리지 않더라도 아이가 10분을 자든, 20분을 자든 스마트폰은 멀리 두고 엄마도 함께 잠을 청하라고, 잠이 들지 않더라도 눈이라도 감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방 밖에는 산더미 같은 일이 있다 하더라도 조금 미루더라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냥 자라고 말이다. 미리 일을 해둬야 다음이 수월하다는 것은 그냥 내 만족일 뿐, 나의 기본 욕구인 수면욕이 빠진 상태에서 그 욕구를 충족해 봤자 기초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까.


수면욕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쪽잠이라 하더라도 잠을 자는 것이 우선이다. 부디 잠을 자길 바란다. 틈만 나면 자고 또 자길.




잠자는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 내 모든 시간을 아이의 일에 쏟기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엄마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올라오면서 죄책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엄마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사용한다면 자신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거,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오마에 겐이치, '난문쾌답'


연달아 아이를 낳으면서 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서 총 2년 9개월을 회사에서 떠나 있었다. 복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이와 떨어져 지낼 수 시간이 공식적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다. 그리고 나에겐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출퇴근 시간에는 전자책을 보기도 하고, 내가 듣고 싶었던 음악을 듣기도 했다. 집과 회사와의 거리가 짧은 게 아쉬울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회사의 내 자리로 돌아오면 오후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주어졌기에 감사했다.


내게 주어진 10분의 시간도 감사했던 내가 한두 달이 지나면서 감흥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하기보다는 짬이 나는 대로 아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어린이집의 공지사항을 살펴보고 친구들 생일선물을 주문하고, 아이들이 먹을만한 메뉴를 생각해 보고 해당 식재료들을 주문했다. 친정엄마가 부탁한 온라인 주문을 대신해주고, 아이들 사진을 골라서 친정과 시댁 가족 채팅방에 올렸다.


작게 쪼개진 할 일 리스트들은 지우기가 무섭게 쌓여갔다. 나에게 쓸 시간은 전혀 없어 보였다.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시간은 내가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 쓸지는
나만 결정할 수 있다.
- 칼 샌드버그, 미국 시인


우선, 관찰해야 했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시간을 보내는지? 꼭 그 시간에 해야 하는지?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로 옮겨야 했다.


아침, 오후, 저녁 시간대로 나누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작은 단위라 하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나열해 본다. 아침전쟁을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 시간,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서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점심을 먹은 이후부터 오후 업무 시작 전까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자고 난 이후부터 취침 전까지의 시간 정도로 나열이 됐다.


아이들이 밤잠을 일찍 자는 스타일이면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 하지만 재우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에서는 같이 자버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양질의 잠을 잘 수 있는 시간대에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에게 버럭 할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좀 더 나만의 시간을 늘려가다 보니 새롭게 에너지가 생기고 아이들에게 여유과 너그러움이 생겨서 내 안에 화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전업 맘으로 지낼 때도 아침에 아이를 교육기관으로 보내고서 집에 할 일이 태산이라 하더라도 적당히 무시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먼저 챙긴다. 내가 먼저 채워지면 아이들에게도 상냥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커진다.


비울 것은 비우고, 거절할 것은 거절해 가며, 죄책감은 내려놓고 나만의 시간을 찾아서 그 시간을 늘려간다. 그렇게 엄마의 오늘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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