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만난 날 7년을 기념하여 남편이 4종 쿠폰을 선물로 주었다.
1. 50만 원 의류구매권
2. 페디큐어 1회 사용권
3. 잠자다 기저귀 갈아주기 미룸 3회권
4. 자유시간 ALL DAY 쿠폰 - 사전 공지는 필요 없음! 언제든 즉시 사용 가능!
노란색과 핑크색 종이에다 테두리도 만들고 도장문양도 넣어서 쿠폰처럼 만들어주었다. 그 노력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기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유시간' 올데이 쿠폰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쿠폰을 받기만 했는데 이미 사용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었다.
쿠폰의 효력이 서서히 떨어져 갔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답답한 날의 연속이었다. 워킹맘은 원래 이렇게 바쁜 것인지 내가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집안일하랴, 회사일 하랴 정신없이 보내던 평일 어느 날 오후 5시쯤이었다.
회사 일정이 생각보다 일찍 마쳤고, 아이돌봄 선생님은 이미 집에 와 계신 상황이었다. 일찍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기에 갑작스레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굉장히 당황했다.
주어진 2시간, 너무나도 귀한 시간, 정말 알차게 쓰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에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할 때 행복감이 찾아오는지, 어디에 있을 때 좋은지, 누구랑 있을 때 힘이 나는지, 한참을 헤매었다.
다음부터는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정해둬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시간별로 적어보기로 했다.
나에게 10분이 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 30분이 있다면? 1시간이 주어진다면? 4시간? 하루? 1박 2일? 3박 4일?
이루지는 못 하더라도 그냥 막 써보았다.
< 지금 당장 즐거운 일 >
- 10분 : 집 앞 벤치에 앉아 하늘 보며 멍 때리기, 헤드폰 끼고 좋아하는 음악 한두 곡 듣기, 샤워하기, 일기 쓰기,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
- 30분 : 카페에서 책 읽기, 편지 쓰기, 걸어서 퇴근하기, 산책하기, 문구점에서 노트 사기
- 1시간 : 서점 가서 책 구경하기, 카페에서 낙서하기
- 4시간 : 연극이나 뮤지컬 보러 가기
- 12시간 : 떡볶이 먹으러 부산 다녀오기
- 1박 2일 : 호캉스 즐기기
- 3박 4일 : 친정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기, 혼자만의 워크숍 가기
목록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실제로 갈 때보다는 계획을 짤 때 더 신나고 설레는 것과 같다. 물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현실이다.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다.
- 에디슨
우연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가만히 있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 또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근무시간, 식사시간, 수면시간 등의 고정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변동시간들에서 내게로 가져올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목록만 봐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당장 즐거워지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30년간 행복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해 온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이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주장한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행복한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있다면 그만큼 자주 행동하고 자주 느낄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찾았다면 남편이, 아이가, 부모님이 행복한 시간이 아닌, 엄마인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일들로 그 시간을 채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