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후 청소에 대한 가벼운 마음
미니멀리즘을 접한 후 가장 가벼워진 게 무엇일까? 나의 몸?, 나의 옷장?, 나의 시간? 많은 것들이 가벼워지기 했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건 청소에 대한 가벼운 마음이다.
몇 년 전 30평대 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무 기준 없이 그냥 큰 게 좋은 거라며 덜컥 계약을 했었다. 우여곡절 뒤에 입주를 마친 후 바라본 집안은 정말 휑~하였다. 서로의 말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고 흘러들어온 공기가 모든 벽면을 훑어가고 살며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지금 생각해보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넓은 평수와 수납공간이 많은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때 당시 집들이를 하며 들은 이야기 중 제일 많이 들은 소리는 이것이다.
"집안 좀 채워야겠는걸?"
"그래도 너무 휑하다"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채워진 30평대의 공간들. 공간이 남는다는 이유로 서재를 만들고 앉을 곳이 없다고 소파를 들이고 기존 수납장이 부족해 서랍장과 책장을 마련했다. 점점 물건들의 의해 새하얀 벽면은 사라지고 햇살이 들어와 그림을 그릴 바닥이 부족해졌다. 그렇게 공간도 채워지고 청소에 대한 부담감도 채워지고 있었다.
'그냥 주말에 몰아서 청소기나 밀자'
'어차피 또 쌓일 먼지들. 그냥 물건들로 덮어주자'
'청소기 미는 것보다 물건들 치우는 게 더 귀찮아'
정말 청소기 한번 꺼내들려면 회사 출근하기보다 더 싫었던 것 같다. 걸리적거리는 바닥의 물건들을 먼저 치워야 하고 넓은 공간을 청소기를 끌고 다니면 반드시 꼬이는 전기선들. 심지어 청소가 하기 싫어 서로 미루다 김여사와 다투기까지 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떻게 변해있는가? 예전보다 더 좁은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예전보다 더 적고 작은 청소도구를 소유한다. 하지만 청소가 귀찮지 않다. 솔직히 말해 청소를 즐기지는 않지만 즐겁게 임할 수는 있다. 쉽게 꺼내 금방 돌릴 수 있는 무선 청소기, 걸리 적 거리는 물건들이 없는 바닥, 청소 한 번으로 반짝임을 돌려주는 공간들. 퇴근 후 지친 몸이라고 해도 물건을 비워놓으니 청소가 귀찮지 않다. 그냥 해야 되는 일. 해도 되는 일. 하면 기쁜 일이 되어 버렸다.
요즘 이사 갈 생각에 매일 설레며 지낸다. 이사하는 공간은 지금 이곳보다 훨씬 넓고 수납공간이 많은 곳이다. 우리 생각에는 모든 물건이 수납공간으로 들어가고 밖에 나오는 물건들은 없을 듯하다.(수납공간도 남아돌 듯 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청소할 때 그 즐거움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청소란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한때는 극한을 경험하고자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여 더욱더 물건을 비울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본 들 즐거울까? 그렇게 산다면 우리 가족은 행복할까?
나는 스스로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를 수 있는 기준이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집에 대한 생각이다. 사사키 후미오가 말한 '집의 크기와 행복의 상관관계'에서는 큰 집은 청소의 부담과 빚의 무거움을 준다고 한다. 나의 생각, 나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고 만족스러운 주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큰 집이라도 소유할 것이다. 빚이 늘어나든 청소가 힘들지던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 난 그것조차 즐겁게 임할 수 있다.
물건을 비운 뒤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많아졌나 보다. 언제까지 이런 미니멀 라이프를 지킬 수 있을까? 솔직히 한 번씩 마음이 무너져내려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맥시멈일 때의 무거움을 알고 있기에 돌아가지 않으려고 더욱 악착같이 비우게 된다. 어느 날 와이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정말 미니멀리스트는 한순간에 되는 게 아닌 것 같어. 시간을 두고 하나씩 비워가면서 그것이 생활 속에 녹여 있음이 보일 때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아이 둘을 데리고 여기까지 온 우리가 참 기특하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 일이 있겠지만 미니멀리즘과 미라클 모닝이 함께 한다면 두려울게 없다.
비워서 행복하기보다 비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별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