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숲을 찾기 위한 여행 - <리틀 포레스트>

'아주심기'가 필요한 우리에게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이야기

by 천만장자 홍사장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부딪히며 오답을 걷어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아왔던 세명의 사람이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 중 재하(류준열)는 여행을 끝내고 답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으며, 혜원(김태리)은 여행 중 오답을 피해 고향으로 도피해 왔으며, 남은 한 명인 혜원의 엄마(문소리)는 아직도 답을 찾기 위한 길 위에 있습니다. 그들이 마을을 떠나며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답이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과 오답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이 꼭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남들이 쳐놓은 울타리 밖 세상으로 나가려는 저의 감정을 그들에게 대입해 보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 하나하나가 나 자신이라 생각하니 아름다운 전원의 배경과 맛있는 요리보다는 그들의 감정과 심리 변화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영화 속 인물 이야기를 저만의 생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영화에 나온 것도 있고, 원작에서 나온 내용 일수도 있습니다. 아님 저만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이야기도 있겠지요. 이런저런 내용보다는 그 상황에서 그들에게 느낀 감정이 이랬구나 라며 잔잔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을 찾아 '돌아옴’ 선택한 남자 - 재하]


그는 어린 시절 한 시골생활이 너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여길 반드시 벗어나야 해'라는 오기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그토록 원하던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하고 번듯한 직장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할 그가 지금은 땀에 젖은 작업복을 입고 과수원의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가 개울가에 앉아 '왜 돌아왔어?'라는 혜원의 질문에 했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남의 삶을 위해 열정을 쏟고 싶지 않아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사회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곧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재하는 남들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는 아무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만발하는 조직 생활보다는 몸은 힘들지만 '진짜'를 할 수 있는 농사일이 적성에 맞고 자신이 살아가야 할 길이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막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서울 라이프'를 쟁취하였지만 부딪히고 깎이면서 껍데기들을 걷어내는 눈을 키우고서야 남들의 답이 아닌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 '돌아옴'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고 결정 내릴 수 있는 모습에 설레기도 하였으며, 마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답을 찾아 떠날 채비를 하는 저의 시선으로 본 그는 인생의 선배이자 선구자로 보였습니다.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작은 숲의 포근함 - 혜원]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중간 하차를 결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도피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극 중 자신의 답을 찾아 돌아온 재하와 상반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거 필요 없어요. 곧 올라갈꺼니까요." 라며 자신은 돌아온 게 아니란 것을 알리는 모습에서 그녀의 마음은 아직 방향이 서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재하와는 달리 자신의 인생과 대면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바쁘게 살아가며 문제를 잊고 지내려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던 재하는 그녀에게 일침을 날립니다.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

바쁘게 산다라.. 우리들은 보통 바쁘게 살다 보면 다 잊게 된다며 바쁘게 사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그냥 잊게 만드는 임시방편일 뿐인 것입니다. 본질을 보기 싫어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요.

녀는 엄마의 추억과 함께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가 고민해보았습니다. 문제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단지 독립이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시골마을에 갇혀 엄마 밑에서 신세 지는 모습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20살만 되면 여기를 벗어날 꺼란 다짐에서 비친 모습이기도 하고요.


독립이라는 명목으로 서울 생활에 도전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임용고시 준비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이 아닌 남의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나 봅니다. 생활이 힘든 것을 떠나 왠지 모를 배고픔과 허기짐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녀는 그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고향으로 도피해 온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어릴 적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기도 하고요. 이러한 시간들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서 일까요? 그녀는 '곧 올라갈 거야'가 아닌 '여기 있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뿌리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짐이 서는 즉시 그녀는 짐을 싸고 서울로 다시 올라갑니다.


바로 '아주심기'를 준비하기 위한 떠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 이번에는 도피가 아닌 '돌아옮'을 선택했습니다. 자신만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로 말이죠. 그녀의 마음가짐은 예전의 것과 다를 것입니다. 양파로 비유하며 서울 생활은 '파종' , 이번에 돌아옴은 "아주심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돌아온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심기"인 만큼 그녀는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인생을 믿고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이죠.




[딸을 위한 선물, 작은 숲 - 엄마]


엄마는 혜원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에 집을 나섰습니다. 혜원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분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영화 중반까지는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의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엄마는 혜원이 고향으로 도피하여 바쁜 생활 속에서 문제를 잊고 지내고 있을 때, 한 번씩 머릿속으로 찾아와 딸에게 조금씩 자신의 사랑을 밝혀 주었습니다. 어려서, 아니 무관심해서 몰랐던 엄마의 사랑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혜원의 감정일 수도 있겠지요.


엄마는 그녀에게 한 편지를 보냈습니다.



"엄마는 너를 여기에 심어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게 하고 잘 자라길 기다렸어.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때, 다시 툭툭 털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숲을 선물해주고 싶었거든. 네가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동안 접어두었던 나의 꿈을 펼쳐보기 위해 앞으로 나가볼까 해.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것에 타이밍이란 게 있잖아? 나는 이 타이밍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동안 엄마는 혜원을 버리고 떠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원작에서 이치코의 엄마 사연 정도는 생략해주었기에 딸을 버린 엄마로만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치코의 엄마가 아닌 혜원의 엄마는 가슴이 따듯한 여자였습니다. 저는 딸을 버림이 아닌 기다림에 시선이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척박한 시골 땅에 갇혀 딸에게 작은 숲을 선물해주겠다는 신념으로 십수 년을 버텨왔을 것입니다. 비록 떠남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버림이 아니기에 엄마의 사랑을 깨달은 혜원도 마냥 원망에만 빠져 있지 않을 것입니다. 딸로서,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원작 만화와 일본 영화 모두 잔잔한 에세이를 보듯 사전에 접해봤던 관람객으로써 기존 것과 어떤 차별성을 두어 감동을 줄 것인지 기대감으로 좌석에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원작과 겹쳐지는 장면에서 '원작에서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라는 약간의 비교/비판적 시선이 강했다는 것은 숨길 수가 없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 하나하나에 본인을 넣어보고 집중하다 보니 원작에서 느꼈던 감정과 또 다른 감정이 쏟아 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요리를 통해 내면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였다면,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는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변화되는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었고, 사람 냄새가 조금 더 풍기는 휴먼 다큐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즉 인간미가 더 느껴졌고, 좀 더 밝고 유쾌했으며, 한 번쯤은 저렇게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전원생활의 로망 또한 안겨주었습니다.


요즘 '소확행', '케렌시아', '혼밥, 혼살'이라는 키워드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접하기 전에는 혼자서 자급자족하는? 삼시세끼 챙겨 먹는 젊은이?라는 시선으로 다가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겪어보고 난 뒤는 생각의 시선이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챙기고 느끼는 것에 중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공간에서 상처를 회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이 조금 더 영화 주제에 가깝겠다라 생각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다가오는 느낌은 다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질문만큼은 동일하게 가슴에 품고 영화관을 나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작은 숲은 어디에 있을까?




별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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