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관계를 형성하는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우리의 삶에 적용시킨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고, 나누고 재활용해야 될 물건들도 많다. 과거 내 주위에 물건들로 쌓여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은 주변 정리를 많이 한 것 같다.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물건을 비우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한다. 미니멀라이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접근을 한다. "어떻게 그 많은 걸 비우게 되었습니까?". "무엇부터 버리면 되겠습니까?" 등 미니멀 라이프의 단편적인 면인 물건 비우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미니멀 라이프를 내 삶에 적용하였을 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서 미니멀라이프를 적용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접근하였으면 한다. 물건을 비운다고 삶이 당장 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비워진 공간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을 위해서 주변의 물건들을 비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들, 아니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나는 비우기에 집중을 하기보다는 비운 뒤에 무엇을 채우냐가 더 중요하고 관심사이다. 단순히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나는 그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며 어떤 추억을 채워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티비를 치우고, 소파를 버리고, 옷장을 비우고 나니 우리 주변에는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있는 시간 동안 온전히 가족들의 행동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와이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를 계속 자극하던 잡다한 물건들이 없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 동안은 오롯이 가족들에게 집중이 된다.
물건으로 둘러싸여 살아가던 때의 우리는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여유로움보다는 조마조마 함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이들과 집에 있다고 해도 안전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공간이 없을뿐더러 놀다가 넘어질까 봐, 어디 부딪힐까 봐, 물건들이 부서질까 봐 항상 아이들에게 잔소리와 걱정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와이프와 집안일을 하면서도 기뻤던 적은 별로 없었다. 매일 쌓여가는 설거지와 매일 해도 쌓이는 빨랫감에 널브러진 옷들, 그리고 그나마 들어오는 햇볕마저 가려버리는 건조대까지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었었다. 그것 때문에 웃는 일보다 인상 쓰고 다투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때는 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물건들 사이 비집고 들어가 가족과 살고 있는 것뿐이었다.
물건을 비우면서 우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많은 것을 비웠지만 더 큰 것들을 채우게 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걱정, 불안, 그리고 부담감들을 모두 내려놓고, 그들과 보내는 행복한 순간들로만 채우고 있다.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시작하며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의 시간 확보"였다. 처음에는 집안의 물건들을 비우다 보니 집안일이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것만으로 좋을 수 있지만 그 후에도 나는 더 많은 걸 생각하고 고민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생긴 시간들을 활용하여 가족들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되었고, 지금도 나의 행동지침에 포함되어 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두리뭉실했던 나의 목적이, 이제는 가족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고민을 하며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도 좋고, 기존 사람들도 좋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사람이 좋다고 사람들에게 끌려다니지는 않는다. 미니멀리즘의 목적이 "가족과 시간 확보"임 설정하면서부터 나는 모든 것의 우선순위를 가족과의 시간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은 줄어들게 되고 많은 사회적 인프라들이 작아지고 없어지게 되었다. 솔직히 이것은 아직도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므로 많은 고민과 고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나는 남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사람이 아닌 내가 평가하여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은 미니멀리스트이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사람들을 대할 때 조금은 이기적이게 되었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나의 시간을 투자해도 되는 사람일까?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마음속 질문들을 통과하였을 때야 그 사람을 대하는 행동이 정해진다. 많은 인맥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의 기준으로써는 인맥도 역시 무거운 것이며,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하고 나를 설레게 하는 것만 옆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나의 인맥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인맥의 규모가 어떠하든 그 사람들은 나를 설레게 하고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에 정말 소중하고 사랑하고 특별한 인연이 될 것이다.
나는 물건을 비우며 불필요한 관계를 끊었고, 가족이란 큰 행복을 내 삶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별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