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시대에 굳이 미니멀라이프를 고집하는 이유

대한민국 남자가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

by 천만장자 홍사장
[ 미니멀리스트 ]

소유하기를 지양하고
오롯이 존재하기를 지향하는,
현재에 집중하고 인생에서
더욱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삶의 목표이자 행동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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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미니멀리즘이라는 도구를 저의 삶에 녹여 놓은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있답니다. 2016년부터 미니멀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았으니 적지 않은 시간동안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지켜온 것 같네요.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에서 남자라는 종족이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싱글이 아닌 유부남, 백수가 아닌 직장인이, 딩크족이 아닌 아들 둘을 둔 아빠라는 사람이 평범한 삶을 제쳐두고 비움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게 상상이 되시나요? 그러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인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여러분들 앞에 서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알기 전에는 저는 자칭 ‘홀더’ , ‘맥시멀리스트’ 였습니다. 어휴..다시 그때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네요. 그때는 좋아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었고, 물건을 사고 소유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은 늘 가지고 싶은 것 투성이었고, 창고는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지만 늘 부족해하고 없는 것에 대한 불평불만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옷장에는 옷이 가득하고, 신발장에는 신발과 구두로 가득차 더이상 넣을 공간도 없는데 계절마다 입을 것도, 신을 것도 없다며 주말만 되면 쇼핑몰로 출동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맞고요. 그 모습이 저의 예전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에게 기적같은 변화를 준 사건이 있었답니다. 제 삶에 변곡점이 참 많았지만 그때가 저에게는 일생일대의 변곡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저의 와이프께서 미니멀 라이프를 먼저 시도했다는 것 입니다. 지금은 미니멀리스트로 한자리 차지하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저는 김여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많죠. 제가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했으면 와이프에게 '할배'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적이 있었다니까요. 바로 정리라는 서로의 의견 차이로 인해 결혼 초반에는 엄청난 기싸움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혼자만의 방을 가져본 시간이 그리 많이 않았답니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깔끔하고 정리된 갖추어 진 환경에 대한 로망이 컸었습니다. 하지만 2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우리 와이프는 어머님께서 극진하게 잘 돌봐주신 덕에 자기 손으로 정리란 것을 해본 적이 크게 없었습니다. 옷은 허물처럼 벗으면 되는 것이고, 의자는 옷걸이요, 구석구석의 공간은 자신만의 창고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생활하다보니 많은 충돌이 있을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살아오던 우리의 삶 속에서 김여사가 먼저 미니멀 라이프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와이프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도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함께 생활해왔던 저는 더 공감할 수 있었지요. 정리를 잘 하지 못하는, 아니 정리가 너무 하기 싫은 와이프는 차라리 정리할게 없는 환경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참 대단한 발상입니다. 어떤이는 정리 컨설팅으로 돈을 벌고 있고, 정리를 위해 수납장을 사고 집안을 넓혀가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반대라기보다는 각자의 길을 걷자고 했습니다. 내 물건은 건들지 말고, 당신 물건이나 비우고 정리하면 된다, 나는 잘하고 있으니 나한테 강요는 하지마라고 선을 딱 그었었죠. 저는 맥시멀리스트로써 아주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이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내는 둘째를 출산하면서부터 새벽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싫어 시작한 책읽기가 우리의 삶을 이렇게 변화시킬지 그때는 몰랐었죠. 처음에는 돈을 좀 벌어보고자는 마음에 무수한 재테크 책을 섭렵해 갔지만 우연히 우리의 인생 책인 사사키 후미오님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게 되었는데 그 시점이 바로 우리의 미니멀 라이프 시작점이었습니다. 그녀는 새벽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있다가 집안 구석구석 채워져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혼자서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더이상 이렇게 살순 없어!". 정말입니다. 자고 있던 저도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 두리번 거렸다니까요. 그때 본 그녀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든 물건들을 다 가져다 버릴 듯한 눈빛은 미니멀이 뭔지도 모르는 저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을 안겨주었의까요. 그 이후부터는 새벽마다 달그닥 소리에 잠에서 깨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달그닥 소리에 눈이 떠져 시간을 보면 보통 시계 바늘이 2-3시에 놓여 있었고, 방문 틈사이로는 거실의 불빛이 세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아, 아내가 비움을 실천하고 있구나' 하면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일어나 거실로 나가보면, 어느새 거실 바닥은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그녀는 꼭두새벽에 땀을 흘리며 물건을 이리저리 옮기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저의 몸에 비움이란 것이 베이기 시작한 것이 말이죠. 저도 모르게 그녀와 함께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고, 나누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저도 그 비움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취월장이라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한술 더 떠서 더 비울 것이 없는가 하며 하이애나처럼 불필요한 물건들을 찾아내려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얼떨결에 찾아온 미니멀리즘은 어느새 우리 삶의 중심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 미니멀 라이프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있는 대체 스타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미니멀리스트인 도미니크 로로님이 추구하는 삶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만의 기준으로 미니멀 라이프라는 삶의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방에 살아야만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잖아요. 떡두꺼비 같은 아들 두명을 키우고, 직장을 다니며, 나름 행복을 추구해 가는 이런 사람도 미니멀리스트가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비움을 실천하며 스스로 많은 고찰을 하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의 목적이 아닌 도구로써 존재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 후 계속해서 답을 찾아갔습니다. 도대체 미니멀리즘으로 무엇을 할것인가? 군인은 총이란 도구를 가지고 적들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뛰어 드는데 저라는 인간은 미리멀리즘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세상에 무엇을 위해 뛰어 들겠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물건을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가족과의 시간 확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목표였습니다.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취침시간과 회사 내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몇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청소도하고 티비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물건도 사고 하다보니 가족과의 시간은 정작 주말로 미루어 놓고 있었습니다. 정작 가족을 위해 일한다, 가족이 있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주객전도가 된 셈이지요. 그래서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치워버리고 원하는 시간을 얻기 위해 비움을 실천 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계속해서 비움을 실천하다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원래 그 곳에 있었지만 다른 것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제서야 저의 눈에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네요. 이러한 느낌을 이라가키 에미코님은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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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없애게 되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원래 거기에 있었지만 무언가가 있음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 혹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세계입니다. "


처음에는 시간을 쫒기위해 물건들을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빈 공간을 찾게 되니 그곳에 가족과의 시간을 채워놓을 수 있게 되었죠. 정말 좋았습니다. 비움의 맛을 알아가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비움을 실천하다보니 비워진 공간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볼수 있게 되었고, 어느새 저는 시간이 아닌 행복이라는 것을 쫒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 말입니다.





별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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