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바뀌면 될 것을..
아기 물고기 두 마리가 나란히 헤엄치고 있다가 다른 방향에서 헤엄쳐오는 어른 물고기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어른 물고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은 체를 하고는 말했지요. " 아기 물고기들아, 좋은 아침이야. 물 상태는 좀 어때?" 아기 물고기 두 마리는 잠시 헤엄치다 서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 도대체 물이 뭐야?"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가 2005년 케니언칼리지에서 졸업식 남긴 축사 남긴 유명한 이야기이다. 내용인 즉,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존재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아 맞다! 나의 아내. 언제나 나의 곁에 있어 단지 일상처럼 그 중요성을 가끔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끔 잊혀져서는 안될 사람이다. 그녀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에게 세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먼저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고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 두 번째는 서로의 꿈을 항상 믿어주고 밀어주는 조력자로써, 마지막은 제 2의 삶을 살게 해준 동기부여가로써 말이다.
지인의 소개로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그려보면 참 당당했던 그녀 모습이 떠오른다. 한창 속물이었던 나는 사람을 만나기 전 배경을 먼저 확인하였고, 같은 학벌에 적당한 나이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인이라는 것에 마음에 들어 소개를 주선해 달라고 지인에게 부탁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나는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쓰고 자리에 나가 최대한 잘 보이려고 했고 그녀의 외모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첫인상부터 나에게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매력적인 모습보다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더욱더 눈에 들어왔다. 나의 선입견 일수도 있지만, 소개팅 자리에 교정을 하고 나왔다는 그 자체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아 , 이 여자한테 무언가가 있구나."
물론 20대의 그녀는 예쁘고 아름다웠지만 난 그것보다 그녀의 내면에 더욱 끌리게 되었고 만나며 조금씩 알아가고 싶었다. 세 번째 만남이 있은 후 '한번 사귀어 볼까요?' 라는 나의 프로포즈에 싫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던 그녀이다. 사람이 사귀면 사귀는 것이지 사귀어보는 것은 무엇이냐며 핀잔을 주고 다시한번 프로포즈 해보라고 했던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그녀는 아직도 나의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여장부이다. 내가 한없이 지치고 가라앉을 때 내 뒷덜미를 잡고 끌어 올려줄 사람이다. 내가 열성을 다해 앞을 달리고 있을 때 내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이런 그녀가 나와 함께 했음이 축복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녀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진다. 그만큼 그녀가 나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그녀도 나를 그렇게 변화시키려고 처음부터 만난 것은 아니였다. 나와 만나던 초기에는 백마 탄 왕자처럼 부잣집 아들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염없이 돈을 써대고 다니니 마르지 않는 돈 샘이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만난 지 3개월이 되는 날, 우리는 의식처럼 서로가 모아놓은 재산(?)을 공개하였고, 웃프게도 그녀는 그 후 반나절동안 나와 연락을 단절하였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정말 비참하기도 했지만,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 계기로 그녀를 잃은 뻔 했기 때문이다. 연락단절 후 그녀와 처음 연락이 닿아 제일 처음으로 확인했던 것은 우리 집안 사정이었다. 그리고 희박했지만 혹시나 모아둔 재산이라도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흥청망청 써버리는 소비 습관으로 인해 나에게 남아있는 재산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나의 집안이니 자산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관념 없는 모습에 실망을 한 것이라고 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작은 한 숨을 쉬며 나에게 인내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앞으로 자기 공인인증서는 내가 관리할 거야. 내 돈도 내 돈이고, 자기 돈도 내 돈으로 관리해야겠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가 나를 변화시켜야 할 대상 목록에 넣어 관리를 시작한 시점 말이다. 덕분에 나의 경제에 대한 사고방식은 철저하게 변화했고, 돈을 쓸 줄만 알았지 왜 모으고, 어떻게 벌어야하는지 몰랐던 나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월급이 유일한 돈 줄인 줄 알았던 순진한 청년에게 레버리지 관점에서 돈을 불리기 위한 부동산 투자를 그녀에게 처음 배우게 되었다. 이미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부터 월세 받는 여자였으며,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을 나도 한번 가져보고 싶었다. 그녀가 보여준 모습과 행동으로 인해 나는 변화하고 싶었고, 그것을 계기로 나는 첫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자산의 축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나는 교과서나 전공 책을 제외하고는 책이란 것을 읽어본 적이 없는 무식하기 짝이 없던 청년이었다. 책보다는 만화가 좋았고, 독서할 시간보다는 흥청망청 술 마시며 떠드는 시간이 너무 좋았었다. 책은 도서관에서 베게로 쓰기 딱 좋은 물건이며, 집안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안성맞춤인 도구로 여겼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하루에 한권을 해치울 만큼 독서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고, 다독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뭔가 답답하고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책만 읽고 있으면 돈이 나오나…' 나는 글로 배우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나가 직접 체험하고 익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히 나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좋은 영감을 준 책이 있으면 살며시 추천하며 탁자 위에 올려놓기도 하였다.
여느 때와 같이 책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그 날은 왜 그런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손을 대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 책이기도 하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의 스승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기대감 없이 손에 들었던 책이었다. 그 날 이후 나의 많은 것 변화되었다. 아니 그 책을 손에 집었던 그 순간이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어낼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때 책을 손에 쥐고 꾸역꾸역 읽어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장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전해준 첫 책을 읽으며, 책 하나가 나의 생각과 마음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힘을 느끼고 난 뒤 나는 그녀에게 밥 달라고 보채는 아기처럼 계속해서 책을 추천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렇게 나의 독서 인생은 시작되었고 지금은 어딜 이동하던지 한권의 책이 없으면 불안하며, 흔들리는 출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도 스마트 폰 대신 책을 들고 있는 책 읽는 남자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독서의 힘을 설득하고 강요하기보다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것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만의 동기부여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2016년부터 그녀는 동기부여가가 되어야겠다고 했다. 이렇게 사람으로 변신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붙었나 싶었다. 그녀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에 집중하려고 무단히 노력했다. 덕분에 덩달아 나도 미니멀리즘에 빠져버렸고 그녀와 나는 오롯이 중요한 것만 주변에 두기로 집중하였다.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았다. 그녀는 먼저 자신의 변화를 글로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에 울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것은 자신의 저서를 내겠다는 의지로 변하였고 그녀는 그렇게 실천을 했다. 결심 후 약 수 개월만에 초고를 완성했고 어려웠지만 출판사와 계약까지 체결하였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성장하고 발전하는 배우자를 보고 가만히 정체되어있는 나의 모습이 솔직히 부끄러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쓰기를 계획했지만, 초고 완성까지 이루지 못한 채 일정을 뒤로 미루고 그녀와 함께 지금 쓰는 글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가 나에게 보여줬던 결심과 실천이 없었다면, 이 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녀의 이름만 박힌 글로만 나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를 옆에 둘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한 여인으로써, 한 엄마로써, 한 직장인으로써 성장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도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배울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지금껏 내가 성장해온 길을 돌이켜보면 그 안에는 오기와 질투의 힘이 이끌어 온 것 같다. 그녀에게 걸맞는 남자가 되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를 꽉 물고 덤벼들었던 일들이 참 많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남성의 본능일수도 있고, 남편이라는 아빠라는 가장의 역할일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있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질투심을 유발했는지도 모른다. 다 큰 어른마음으로는 제일 사랑스런 여자일 뿐이지만, 아직 어린아이 마음으로는 경쟁자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보다 잘난 사람,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매번 자극을 받고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나도 그만큼 성장하고 발전하면 될 것이다. 덕분에 긍정적으로 나는 성장해야하는 충분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나의 옆에는 내가 항상 맞춰가야 할 여왕님이 있고, 내가 항상 뛰어넘어야 할 경쟁자가 있다. 그것은 나를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아닐까 싶다. 부정적 관점에서 긴장이니 아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관점에서의 긴장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