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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중독자 Sep 09. 2023

경력기술서가 아니라 '성장 여정'

'성장중독자'의 어디서든 성장할 수 있는 방법

스스로 결정했었던 첫 '진로'를 기억하시나요?

현재 모습과 그때 상상하던 모습과 어떻게, 얼마나 차이가 있나요?


'성장중독자'인 제14년 동안의 '성장 여정'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챕터,

제 주변 사람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지금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시각디자인 전공이었지만 디자인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을 동경했습니다. UX/UI라는 개념이 생소했었던 2007년, 4학년 전공 수업으로 UX/UI 수업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졸업 후 UX/UI 에이전시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첫 직장에서 하는 일뿐만 아니라 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변화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UX/UI 기획자라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현업에서 체감하게 되었고 제 커리어의 비전은 이때 완성 되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


두 번째 챕터,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했습니다.

첫 번째 회사는 UX/UI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디바이스의 UI를 기획하고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는 역할을 6년 조금 넘게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일을 잘하는 것 = 성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일을 잘하는 전문가가 되어서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 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승진하고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되고 조직의 장이 되면서 실무보다 조직관리, 영업, 매니지먼트 역할의 업무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성공하고 있는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답답함, 힘듦이 쌓이고 쌓였고 '한 달'정도의 휴가를 거치면서 "주어진 요구사항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제안하는 업무의 한계(왜 요구사항이 나왔는지 출시 후 성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을 포함)", "UX/UI기획자라는 포지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감"에 더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유의미한 문제해결"+"자체 서비스 개발 &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 구직 활동을 하였고, 두 번째 회사인 의료 데이터 플랫폼 벤처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벤처 기업답게 거칠고 모든 환경이나 인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 회사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나서야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메인의 특성과 한계, 회사의 불안정성" 등으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사, 두 번째 회사를 통해 경력을 위로 끌어올려보았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경험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곳에서 제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싶었고, 전문성을 갖춘 회사에서 일하면서 발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챕터,

이전에 제가 가진 역량, 경험을 버리고 변해야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린, 에자일, 칸반,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세 번째 회사에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이론이나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세 번째 회사에 합류하게 됩니다. 

주어진 일을 잘 완료하면 일 잘하는 것  = 능력 있는 것 = 직급, 연봉이 올라감 = 성공(인정)

지금까지 제가 성공했었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공간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부터 어디까지를 할 수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야근을 하든 칼퇴를 하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 상위 리더와 함께 큰 가이드라인을 정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3개월 트라이아웃(수습기간)도 겨우겨우 통과하고 이후 1년 넘게 부딪치고, 넘어지고, 다투고, 내보내질 뻔하면서 그야말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빠르게 학습, 실행을 위한 주도성,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역할과 도메인에 대한 전문지식의 체득,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기, 1000% 거짓 없이 떳떳하게 일하기

iOS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제품담당을 시작으로 독립적인 제품팀과 가설을 검증하는 역할, 몇백만 단위의 월간 사용자가 사용하는 큰 규모의 B2C서비스의 Product Manager, 제품전략을 고민하는 Product Owner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성장한 것은 위에 열거한 성장 엔진들을 새롭게 장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과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기회를 준 회사, 리더 분들, 코칭해 주신 분들, 함께 고생한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저의 성장에서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기회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네번째 챕터,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성장이 필요했습니다.

정기건강검진을 통해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거북이암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그거 수술만 하면 별거 아니래'라고 생각하시는 모양 입니다만. 엄연히 전이의 위험이 있고 최악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정상인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집니다. (혹시 주변에 갑상선암으로 수술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가능한 많은 염려, 위로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수술과 회복을 하는 시기에 저의 인생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고 스스로를 원망하는 힘든 시간을 거쳐 인생관을 살짝 바꾸게 됩니다.

회사, 가족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성장하고 싶다.

회복 후에 B2C가 아닌 B2B 플랫폼으로 담당 제품이 변경되고 이후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다시 수술 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무언의, 무의식적인 흐름을 느끼고 퇴사를 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챕터,

성장중독자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회사도 스타트업이었지만 제가 합류했을 무렵에는 120명이나 되는 큰 조직이었기 때문에 기능 조직이 잘 분화되어 있고 컬처와 비전이 탄탄하게 다져진 상태였습니다. 위의 인생관의 영향으로 저는 창업하는 스타트업의 Early Stage 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특정 도메인과 타깃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더하는 제품을 오래 담당하다 보니 큰 큐모의 스타트업에 다시 합류하는 것보다는 제 커리어의 비전을 지금까지 성장한 저의 역량을 기반으로 부딪쳐 보자라는 Big Step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의 성장은 하드스킬, 소프트스킬, 직무의 전문성의 확보를 넘어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구성원 한 명의 성장, 변화가 더 큰 임팩트를 가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투자받은 Cash가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상황 속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고, X10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스스로의 컴포트 존을 깨고, 남들이 생각하는 편견에 도전하는 더 큰 성장을 하자.

지금 회사의 구성원에게 '성장중독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부정하였습니다만, 개인 회고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성장의 고통을 포함한, 긴장, 기대, 성취에 빠져있다.'라는 점에서 실소할 만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의 필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성장의 여정을 정리한 회고,

경력 기술서를 정리하고, 어떤 역량과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14년 동안의 성장의 여정'(어쩌면 시행착오, 실패, 고통, 성취의 흔적이 드러나는 과정)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용케 지금까지 처음 정한 커리어의 비전을 꿈꾸고 실행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매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을 하는 행복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2주 동안 9번째 퇴고를 하면서 작성한 글의 만족도는 후하게 70점 정도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충분히 100점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함께,

스스로의 성장(경력이 아니라)의 여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정리, 구성하는 힘든 과정을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성장의 방향성을 찾으시거나 답답한 부분에 대해서 처절하게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스타트업 문화, PMF 검증, Product Growth,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관련해서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https://www.linkedin.com/in/sangwook-jino/



사진: UnsplashMatt Du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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