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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수 Oct 11. 2023

여러분은 왜 일하시나요?

출세를 위한 커리어 가이드, 무브업

나는 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해 왔다. 나의 커리어 최종 목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기분에 따라 종착지가 달라지기도 했다. 우스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 책을 읽다가 작가가 되고 싶었고, 우주 성공 스토리를 보면서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아직도 나는 계속 꿈을 찾고 있다. 진짜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최근 대기업 임원분이 쓰신 자기 계발서 "무브 업"을 소개받았다. 저자는 하버드, 컬럼비아에서 석사를 마치고 LG 유플러스 최연소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무브 업은 저자가 커리어 성장통을 겪으면서 깨달은 커리어 가이드를 모아놓은 책이었다. 저자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실제 저자가 다른 사람을 상담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담겨 있어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얻어갈 수 있었다. 상담했던 내용 중에 마치 내가 적은 것 같은 질문이 있을 만큼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질문들이 많았다. 

마치 내가 질문한 것만 같아... 질문자를 수정해 보았다.


책에서 기술된 조언 중에 가장 와닿았던 건 '왜'를 질문하라는 것이었다.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에 나오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최근에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개발자로 성장하기에 더 좋은 환경에서 안 좋은 환경으로 이직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 느낌을 지우려면 나에겐 그보다 더 큰 이유가 필요했다. 


무브업 책에서는 진짜 Why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진짜 Why는 내가 일을 하는 궁극적 목적이다. 도구가 되는 Why는 가짜 Why이다. 예컨대, 돈을 많이 벌어서 은퇴하는 건 가짜 Why이다. 만약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진짜 Why라면, 돈을 많이 벌어도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진짜 Why는 내가 일을 해야 하는 목적이자, 내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힘이다. 앤젤라 더크워스는 책 그릿(Grit)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이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짜 Why는 그러한 힘의 원천이자 정신적 버팀목인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의 목적이자 일하는 진짜 이유가 없이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어렵다.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다면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포기를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포기해도 삶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면 비전 자체를 잃기 때문이다. 즉,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에 버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비전의 중요성은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의 쓸모라는 책에서 저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비전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는 삼국 중에 가장 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구려, 백제는 물론이고 당나라도 신라와는 동맹을 맺지 않으려고 했다. 선덕여왕은 자장 스님으로부터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한 가지 묘안을 듣고, 이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황룡사 9층목탑을 세우는 것이었다. 


황룡사 9층 목탑 복원모습 - 출처: 위키백과

황룡사 9층목탑은 주변 9개국을 정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신라 사람들은 9층 목탑을 보면서 신라가 끝내 승리하여 주변국을 정복하리라는 비전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비전 아래 신라는 똘똘 뭉쳤고, 결국 삼국을 통일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통해 알렸던 신라의 비전이 삼국통일의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신라는 여전히 주변국보다 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고, 삼국통일을 위해 당나라와 연합을 맺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전략들이 삼국통일을 가능케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라의 비전을 품고 있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신라 사람들에게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힘과 방향성을 주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나는 진짜 Why를 찾아서 삶의 목표 지향점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무브 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비전이 갖춰진다면, 주변의 가스라이팅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남들이 기피하는 어려운 일들을 기꺼이 할 힘을 얻을 수 있다. 포기도 쉽게 하지 않는다. 주변 반대 세력에 의해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다. 


무브업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개인적 생각

나는 무브업 책을 읽으면서 실질적 도움을 많이 얻었다. 평소에 생각했던 내용들을 확고하게 다졌던 부분도 있었고,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물론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옮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처해진 상황과 직장생활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책에서 나온 몇몇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보고자 한다.


가스라이팅과 멘토링 구분에 대한 생각

책에서 저자는 가스라이팅과 멘토링을 구분하라고 조언했다. 저자가 소개한 방법은 수식어, 상황, 화자를 제거하고 메시지의 알맹이만 보는 것이었다. 그 알맹이가 나를 성장시켜 준다면 멘토링이고, 반대라면 가스라이팅이다. 만약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면, 이를 멘토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책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만 이 부분은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나도 가스라이팅과 멘토링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인지하지 못했지만 매 순간 가스라이팅과 멘토링을 구분하며 살아왔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정확하게 방법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 조언을 내가 일하는 이유와 연결 지어 생각했다. 


나는 회사에 입사할 때, 사람과 문화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입해야 할 유용한 개발문화와 기술을 도입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기존에 굳어져 있던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는 만큼 외압도 크고, 반대로 거셌다. 그 과정에서 여러 조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회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버려야 하는 조언이라면 자연스럽게 가스라이팅으로 여겼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더 명확하게 하고, 실천 가능하도록 하는 조언들은 멘토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멘토링이라고 늘 옳았던 건 아니었다. 멘토링은 조언에 가깝지만, 그것도 역시 타인의 생각일 뿐이었다. 즉, 100% 나의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정도로 여겼다. 그리고 다양한 책을 읽고, 사례들을 모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덧붙여 나갔다. 그렇게 정립한 비전은 계속해서 구체화되어 갔다. 지금은 9개월 전 내가 입사했을 때보다 그 비전이 더 뚜렷해졌다. 


요컨대, 가스라이팅과 멘토링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멘토링을 내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맞춰가며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상황이 변한다. 요즘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멘토링이 될만한 사례를 참고하기 위함이지, 무조건 현실에 적용하기 위함은 아니다. 따라서 메시지의 알맹이를 통해 멘토링을 구분했다면, 그 멘토링이 자신의 비전을 더 명확하게 해 주거나 바로잡아주는지 깊게 생각해 보면 어떨게 제안해보고 싶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생각

저자는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너럴리스트는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만 공부하지 않고, 여러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며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여러 분야를 함께 생각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일수록 리더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라 불편한 일을 기꺼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불편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찾고,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분야를 섭렵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소개했다.


나도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신입 때는 컴퓨터 공학에 있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꽤나 탐났었다. 그런데 점차 일을 해가면서, 여러 분야를 융합하여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자가 예술을 공부하고, 데이터 과학자가 인문학을 공부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었다. 


다만, 경력 초기이거나 개인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로 성공하고 싶다면,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경력 초기에는 어느 한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기 어려운 편이다. 지식을 있을 수 있지만 경험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성공도 해본 사람이 더 많이 성공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특정 분야의 정점에 올랐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노하우를 구사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리더를 꿈꾸기 전에는 꾸준히 한 분야를 집중하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더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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