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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수 Oct 29. 2023

넷플릭스에서 일하기 vs 구글에서 일하기

여러분은 어느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으신가요?

나의 하루는 구글에서 시작해서 넷플릭스로 끝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구글이 전날 주요 뉴스를 알려준다. 어제는 어떤 일이 있었나 보면서 출근을 하고, 궁금한 건 구글에게 다시 물어본다. 회사에 가면 구글은 늘 내 앞에 있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서 매번 구글을 열어 검색한다. 모르는 내용을 정신없이 읽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퇴근하고 나면 이젠 구글을 놓아주고, 넷플릭스를 마주한다. 넷플릭스를 틀면 그 특유의 시작음이 나온다. 두둥! 소리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넷플릭스는 하루 사이에 나온 신작들을 먼저 추천해 준다. 어떤 작품을 볼지 정하지 않은 날에는 그냥 추천 순위 1~3위를 본다. 그러면 대부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게 넷플릭스는 내 저녁일과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때론 강렬하게, 때론 유쾌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구글과 넷플릭스를 모르기 쉽지 않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글맵, 지메일, 구글 어스 등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를 최고의 퀄리티로 제공한다. 누구나 구글닷컴 아이디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만큼 구글은 우리에게 많이 친숙하다. 지메일 하나만 있으면 구글시트, 구글독스, 구글 드라이브 등을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세계 여행을 하면 구글맵은 필수 어플이다. 구글은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이렇게 많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퀄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종이의 집 등이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든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대단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IT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구글닷컴 이메일을 만들고, 그 이메일로 넷플릭스를 가입해 오징어게임을 봤을 것이다.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그 기업문화도 남다르지 않을까? 다행히 직접 회사를 경험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누구나 그 문화에 대해 얼추 알 수 있다. 넷플릭스와 구글의 CEO가 자신의 회사 문화를 다루는 책을 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규칙 없음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이번 포스트에서는 넷플릭스와 구글의 문화를 전하는 두 책에 대한 설명과 나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넷플릭스: 규칙 없음

규칙 없음이란 책은 넷플릭스 문화를 사실적으로 적어놓은 책이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문화를 한마디로 "규칙 없음"으로 정의했다. 넷플릭스에는 출퇴근 시간도 없고, 휴가 규정도 없다. 비용 규정도, 보고 규정도, 하다못해 승인절차도 없다. 마치 무법지대가 될 것만 같은 문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규칙 없는 상황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회사 규정을 없앨 수 있었던 이유는 인재밀도가 높였기 때문이다. 인재밀도란 훌륭한 인재의 비율을 의미한다. 훌륭한 인재는 실력적으로 훌륭하고, 인격적으로 갖춰진 인재이다. 넷플릭스에서는 3명의 평범한 직원보다 1명의 훌륭한 인재를 원한다. 훌륭한 인재는 굳이 통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어떤 직원이 평범하다고 생각되면 두둑한 퇴직금을 주면서 내보낸다.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연봉협상을 하지 않아도 연봉을 계속 올려준다. 돈 걱정하지 말고, 회사를 위해서 일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재밀도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 서두에 나온다. 리드 헤이스팅스도 높은 인재밀도가 전제되어야 다음 스토리가 의미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규칙 없음에 대한 후기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자신이 인재밀도를 낮췄기 때문에 회사를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인재밀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깊게 인상을 남긴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인재밀도를 한국에서도 실현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법규와 노조 때문에 직원을 사유 없이 해고하기 어렵다. 정규직을 성과가 낮다고 해고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기업은 고용을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해고에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저성과자여도 매년 연봉이 오른다. 마음먹고 버티자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대기업에서 20~30년을 다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넷플릭스의 문화를 적용한다고 큰 문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 규칙 없는 무법지대를 마음껏 누리면서 회사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 넷플릭스와 같이 자유와 책임(F&R)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반드시 인재밀도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제조건 없이 방법만 도입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마 규칙을 없앤 후에 조건부로 규칙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심각하면 자유와 책임보다 의심이 더 우선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참고로, 넷플릭스가 비용이나 승인 절차가 없다고 해서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비용 규정이나, 승인 규정 등을 없애면서 규정 대신 전달한 판단 근거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한다"이다. 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비용을 얼마가 들건 절차가 어떻게 되건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훌륭한 인재라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기준을 무시하고, 회사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일한다면 바로 내보낸다. 


그렇다면  해고 없이 인재밀도가 낮은 조직을 높게 만들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나는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높은 인재밀도를 만들려면 실력과 더불어 성장에 대한 의지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함께 길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교육이나 관심이 얼마나 오랫동안 필요하냐는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만약 한 명이라도 의지가 없는 사람이 조직에 있다면, 인재밀도를 만드는 일이 조직의 과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느 조직에서나 인재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점에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회사를 더 견고하게 만들면서 성장시키려면, 각 조직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한다. 서로의 R&R을 다투기보다는 너나 할 것 없이 어떤 문제든 달려들어서 해결해야 한다. 


인재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내보낼 수 없다면, 제대로 뽑으면 된다. 상황이 급해도 기준에 미달한다면 채용해서는 안된다.  당장 사람이 부족하다고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을 채용했다가, 나중에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11명이 뛰는 축구경기에서 1명만 못해도 경기는 정말 힘들다. 7~8명 되는 팀에 1명은 오죽하겠는가.


요컨대, 넷플릭스의 문화는 높은 인재밀도를 기반으로 한 규칙 없음이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재밀도를 높이고, 그들에게 필요 없는 규정은 모두 없애고 있다. 그들은 가족보다는 스포츠 팀에 가깝다.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협력한다. 하지만 실력이 뒤처진다면 아쉽게도 팀을 나가야 한다. 



구글: How Google Works

구글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구글이 혁신적인 기업이 된 비결을 공개했다. 구글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방면에서 구글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것을 보면 구글의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러면 구글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책에서는 구글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다. 구글은 혁신과 창의력을 강조한다. 구글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여 혁신을 이뤄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업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구글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들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실패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웠다면 그 또한 성과로 인정해 준다. 넷플릭스가 천재를 모아놓은 집단 같은 느낌이라면, 구글은 괴짜인 사람들을 모아놓은 집단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글에도 천재가 많지만 말이다.)


구글은 구글리니스(Googleyness)라는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글리니스는 구글에 맞는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직원이 갖추어야 할 특성이나 태도를 의미한다. 예컨대,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줄 알고,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구글리니스의 일종이다. 실제 구글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구글리니스에 대한 면접을 본다. 실제 이 직원이 구글의 문화에 잘 맞는지, 구글의 문화를 개선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적합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참고로 아마존에는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구글이 인재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글도 규정보다는 자유를 더욱 선호한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을 억지로 규제하지 않는다. 구글리니스를 갖춘 인재라면 자연스럽게 구글이라는 회사를 위해서 일해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뉘앙스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구글은 조금 더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태도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소통에 대해 다루는 부분을 보면 "라우터가 되어라"는 말이 나온다. 라우터는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용어로,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라우터가 되라는 말은 정보를 혼자서 보유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고,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라는 것이다.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 상하좌우 관계없이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나는 두 회사가 각 회사의 기준에 맞는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여, 솔직하게 정보가 잘 공유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넷플릭스는 인재밀도를 높이면서 규정을 없애 극한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했다면, 구글은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혁신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것을 강조했다. 


두 회사 모두 내가 들어가기에는 어려운 회사이다. 만약 신이 도와서 둘 중 한 곳을 그냥 입사할 수 있다고 한다고 해도, 어디를 들어가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두 회사 모두 각자의 업계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고, 그 기반을 받쳐주는 문화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자유와 책임을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자유롭게 판단해서 회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고, 그 결과를 내가 책임지는 경험도 내겐 큰 성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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