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here 전시 후기
11월 25일, 나는 AWS 리인벤트 2023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왔다.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AWS 리인벤트 행사가 열리는 도시이다. 행사를 앞두고 사람들이 몰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텔에 들어서니 역시나 복도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니며 간신히 체크인을 하고, 계획했던 대로 The Sphere에 방문했다.
The Sphere는 2023년 9월 29일에 오픈한 아주 따끈따끈한 관광지이다. 무려 3조 원이라는 금액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이고, 세계적인 락 그룹인 U2가 오프닝 콘서트를 하면서 꽤나 유명해졌다. 최근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sphere가 들어선다고 하는 만큼, 나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티켓을 찾아보니, Postcard From Earth라는 주제로 공연을 열고 있었다. 나는 급한 대로 티켓을 구매하고 바로 The Sphere로 향했다.
The Sphere는 가는 길에 봐도 눈에 아주 잘 띄었다. 호텔이 즐비한 틈을 조금만 벗어나도, 눈에 바로 들어온다. The Sphere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었다. 귀여운 이모지 모습을 하다가, 때론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니면 불타오르는 태양 같은 모습을 띄기도 한다. 놀라운 건, 겉모습을 자세히 보면 불빛이 나오는 전구(?)를 120만 개 붙여놓았는데, 애니메이션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인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건물 외벽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들다니, 아주 놀라울 따름이다.
The Sphere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건물이 너무 커서 전체가 카메라에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0.5배로 줄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쉽게도 불빛이 너무 강해서 사람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The Sphere 전시는 두 가지 경험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로봇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전시실 곳곳에 인공지능 로봇에 설치되어 있다. 좌우/앞뒤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제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름이 뭔지 주고받고, 날씨가 어떤지, 스페인어는 할 줄 아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다. 또한 가족끼리 왔을 때, 가족 구성원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 딸이 아빠랑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까지 먼저 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 질문하고 마치자고 가이드가 얘기하니까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나서 "Is it the last question, right?"이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대화에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대화가 매끄럽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한 명이 꾸준히 대화했다면, 더 심도 있는 대화까지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가 생각났다. 머지않아 정말로 자비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세상에 나와 인간과 소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1층 전시장에 아주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층을 나누는 부분에 수학 공식들이 즐비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등 과학 기술과 관련된 주제이다 보니 수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콘서트 혹은 영상 전시이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Postcard From the Earth로, 직역하면 "지구로부터 온 엽서"였다. 지구가 멸망한 상황에서 생존한 두 사람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전에 지구를 떠올리는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영화관 화면정도 되는 크기로 영상이 보여서 평범한 건가 싶었는데, 곧이어 공연장 전체를 휘감는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들은 영상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평면처럼 보이지만 돔 형식의 둥근 벽면을 전부 사용한 영상이다. 예컨대, 코끼리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바로 옆에 보인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엄청난 영상 퀄리티에 압도당한다.
이번 전시가 놀라웠던 건, 영상을 보는 내내, 내가 정말 영상에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통 증강현실을 경험할 때 나오는 느낌인데, 이번에는 영상 연출만으로 그 효과를 보았다. 실제로 보면 3D라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주변에서 덜컹 거릴 때 의자도 그에 맞춰 움직였다. 그리고 바닷속을 보여줄 때는 천장까지 모두 바다로 덮여 있어서 실제로 바닷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중간 부분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관객 자리를 먼저 비춰준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장면을 고정하면서 서서히 관객 쪽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데, 실제 우리가 자리에 앉아서 연주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영상만으로도 증강현실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실제로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의 가상 세계에 관한 기술이 점차 발전해서, 실제와 같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메타버스와 AR/VR 기술이 발전하여 어디든 갈 수 있다면, 나는 우주 한복판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지구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
혹시나 라스베이거스에 간다고 하면, 나는 The Sphere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카지노 말고도, 다양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