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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수 Nov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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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기록학자가 전하는 최고의 인생 필승법

요즘 회의를 들어갈 때 펜이나 노트를 꺼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끔 몇몇 사람들이 펜을 쓰긴 하는데, 그건 대부분 아이패드나 갤럭시 노트에 사용할 수 있는 펜이다. 컴퓨터가 점차 가벼워지고,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성능이 좋아지면서 컴퓨터가 이제는 노트를 대신하고 있다. 이제 노트북을 정말 "노트"로 쓰는 시대이다. 


기록은 정보를 어딘가에 적는 행위를 뜻한다. 그 기록은 일기가 되기도 하고, Todo 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흔히 듣거나 본 내용을 글로 적는 이유는 정보를 보관, 전달, 복기하기 위함이다. 모든 정보를 한번 듣고 기억할 수 있다면 글로 적는 빈도가 적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이라는 강력한 지우개 때문에 쉽게 내용을 잊어버린다.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기억해 내려면 정보를 다시 머릿속에 입력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보통 "기록"이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교수는 기록학자로서 기록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좋은 수단 중 하나라고 조언한다. 저자에게 기록은 단순히 듣는 것을 받아 적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의 원천이자 자기화 과정이다. 저자는 기록을 통해 정보를 나열하고,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 체화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해 의식을 확장한다. 저자는 누구나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기록이 쌓이고, 그 기록을 발판 삼아 거인의 어깨가 올라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기록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자기화였다. 


자기화란 정보나 지식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책의 전체 내용 중 핵심을 요약하고, 요약한 내용에 자신의 생각을 함께 넣어 온전하게 그 의미를 자신이 이해하는 행위가 바로 자기화이다. 책에서 저자는 정보나 지식을 요약하면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기록이 자기화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글로 적을 때 자기화가 잘되는 이유는 글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가 배운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말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문득 다른 내용을 생각 없이 말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중간에 내용을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듣는 사람도 이전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즉, 정보를 구조화하여 전달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하게 전달할 수 있다.


반면, 글은 말과 다르게 앞선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만약 횡설수설하며 글을 작성하면 독자는 내용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앞 내용을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독자는 뒤죽박죽 섞인 내용 중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읽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은 정보나 의미를 명쾌하게 전달해야 한다. 명쾌하다는 의미는 정보가 구조를 갖추고 논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뜻이다. 구조를 갖추면서 논리적으로 정보를 나열하려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반드시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요컨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다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정보를 구조화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해도가 높아지고, 심지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기억의 뇌과학>을 쓴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는 우리의 기억은 부호화 -> 강화 -> 저장 -> 인출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강화는 흩어져 있는 정보를 연관성을 갖는 패턴으로 만들어주는 단계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정보를 구조화하는 행위는 강화 단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해당 내용을 남에게 설명하는 글을 써보기 바란다. 그러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자기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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