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케아에 가구를 사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주차를 했는데 쇼핑하고 오니 차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있어야 할 자리에 차가 없었다. 나는 무거운 가구가 실린 카트를 끌면서 전전긍긍했다. 소프트콘을 사서 오기로 했던 여자친구에게 다급하게 전화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H-2 구역에 주차했었어"
안타깝게도, 내가 있던 곳에는 H 구역이 없었다. 나는 지하 1층에 있었는데, H구역은 지하 2층에 있었던 것이다. 층별 주차장 모습이 완전히 동일해서 착각했다. 나는 15분이 넘게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었고, 차 앞에 도착했을 때 소프트콘은 줄줄 녹고 있었다.
아찔했다.
아무리 바쁘게 지냈다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잊어버릴 줄은 몰랐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내 기억에는 없고 여자친구의 기억엔 또렷하게 남아 있었을까?
기억의 뇌과학의 저자는 기억의 생성 원리를 통해 원인을 설명한다. 기억은 뇌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부호화, 강화, 저장, 그리고 인출의 단계를 거친다. 뇌는 눈, 코, 귀 등을 통해 기억에 필요한 신호를 모은다. 모아진 신호는 해마라는 기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해마는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모아서 하나의 데이터 단위로 만든다. 이 데이터는 적절한 신호를 받으면 기억의 형태로 재생된다. 마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감각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마가 기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늘 출근길에 탔던 지하철에 어떤 광고가 붙어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매일같이 출근하면서 보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궁금한 점이 생겨서 핸드폰으로 검색했다면 기억이 날 수 있다. 주의라는 신경자극이 더해져서 해마는 광고를 지하철을 탔던 순간과 강하게 연결시킨다. 만약 똑같은 광고를 길 가다가 보면 지하철에서 봤던 그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해마는 주의라는 윤활유가 있어야 기억을 만들어낸다. 내가 주차장에서 길을 잃었던 이유는 주차하고 나서 위치를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에 주자위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잊어버린 게 아니다. 반면, 여자친구는 내리면서 H-2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녀에 기억 속에는 구역 번호와 주변 정보가 연결되어 기억 속에 남아 있었고, 덕분에 집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억이 생각보다 쉽게 왜곡된다는 점이다.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해도 새로운 정보와 섞이면서 기억은 점점 사실과 멀어진다. 예컨대,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고 하자. 보험 처리하고 차를 수리했던 기억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사고 당시에 엄청 아팠다고 말하면, 그 정보가 내 기억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이제 당시 상황을 회고해 보면 범퍼가 다 부서지고 에어백이 다 터졌다고 얘기한다.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매일 또렷하게 기억한다면 매일이 지옥일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억이 생각보다 쉽게 왜곡된다는 점이다.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해도 새로운 정보와 섞이면서 기억은 점점 사실과 멀어진다. 예컨대,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고 하자. 보험 처리하고 차를 수리했던 기억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사고 당시에 엄청 아팠다고 말하면, 그 정보가 내 기억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이제 당시 상황을 회고해 보면 범퍼가 다 부서지고 에어백이 다 터졌다고 얘기한다.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매일 또렷하게 기억한다면 매일이 지옥일 것이다.
설령 사소한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의집중을 조금만 하면 기억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기억해야 할 정보가 있다면 한 번 말로 뱉어보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