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동기 말고 교육동기

대기업의 Fancy 한 직원 교육

by 이권수

대기업으로 이직하면서 "경력사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경력사원이란 기존에 업무 한 경력이 있고, 지원한 직무에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입사했다는 의미이다. 처음 입사하고 나서 경력사원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는 용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경력이 있고, 그 경력을 인정해 주는 의미이지 않을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력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내교육을 듣고 이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흔히 대기업의 장점은 입사동기라고 한다. 최근에 수시채용을 늘리는 추세이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공채라는 절차를 통해서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채용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입사동기가 된다. 입사 후에 여러 부서로 흩어지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입사 동기라는 끈끈한 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가끔 다 같이 모여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이야깃거리도 많이 나오곤 한다. 이런 추억들이 쌓이다 보면 퇴사하면 남는 건 입사동기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경력사원은 신입사원과 다르게 입사동기가 별로 없다. 우연히 같은 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같은 팀이 아니라면 서로를 입사동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팀 내에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없다면 혼자서 팀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적응하다 힘든 일이 있거나 하면 쉽게 털어놓기도 어렵고,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안부를 물어볼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


경력사원 교육 썰

이러한 경력사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회사에서 경력사원들만을 위한 교육을 별도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교육"이라는 이름 때문에 따분한 강의를 많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케줄 표를 보더라도 회사의 경영이념과 인재상과 같은 내용들이 눈에 띄었고, 나는 그냥 일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교육 현장에 오니 다양한 계열사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왔다. 교육 주최 측에서 7~8명으로 팀을 구성해 주었는데, 다양한 회사 사람들과 같은 팀이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서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교육은 진행해야 하니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 시간을 마치고 교육 주최 측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질문을 서로에게 하는 시간이 있었다. 질문이 다소 형식적인 것들이 많아서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주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경력사원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서로의 회사생활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비록 같은 그룹의 계열사지만, 엄연히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회사와 어떻게 다른지 다들 궁금해했다. 같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이전보다 활발하게 질문들이 오갔다. 형식적인 답변들보다는 조금 더 솔직한 답변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많이 풀렸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식사시간까지 이어졌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즈음 자연스럽게 과거 회사 경험으로 주제가 변경되었다. 경력사원들이 모인 만큼 이전에 겪었던 사회생활 경험이 다양했다. 꽤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친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지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사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느덧 교육시간이 다시 다가왔다. 보통 사내 교육을 하면 전문가를 초청해서 회사생활에 대한 강연을 하거나, 사내 직원이 직접 회사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서 교육하곤 한다. 그런데 여기는 조금 특별하게 진행했다. 조별로 교육관을 돌아다니면서 함께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상품이 걸려서 그런지 대부분의 경력사원들이 땀이 나도록 열심히 뛰어다녔다.


대부분의 퀴즈는 회사의 기업 이념과 인재 철학에 대한 내용이었다. 문제를 맞히려면 인터넷에서 내용을 찾거나 사전에 교육 들었던 내용을 기억해야 했다. 문제를 읽으면서, 그리고 답을 찾으면서 회사의 방향성과 철학을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퀴즈를 모두 풀고 팀원들과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한 번 더 정답을 되뇌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따분하게 앉아서 교육을 듣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교육방법이었다.


이러한 교육 형태에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함께 문제를 풀면서 뛰는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더 많이 하고, 서로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 문제 풀면서 웃고 떠들면서 더 친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교육이 끝나고 자유시간에 만났을 때는 거의 동네 친구 만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영화, 만화, 결혼, 여행 등 다양한 주제를 안주삼아 수다를 떨었다. 이제는 지나가다 만나면 편하게 안부를 묻고 농담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것 같다.


결론

이번 교육을 돌이켜보면 교육을 기획한 분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앉아서 강연만 듣는 교육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니, 팀원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고, 콘텐츠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입사동기가 없는 경력사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동기를 만들어 주시려고 애쓰신 티가 났다.


멋진 기획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구성해 주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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