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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수 Apr 23. 2023

결혼을 결심했다

평생 혼자 살 것만 같았던 내가, 결혼을 결심했다.

작년 여름 즈음, 나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연애를 하면서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에 대해서 말하곤 했다.


"너랑 결혼하고 싶다~"

"우리 결혼하면 재밌을 것 같아"

"결혼하면 여행 자주 다니자"


이런 말이 오갈 때만 해도 사실 결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결혼하기 싫은 게 아니라, 결혼을 말하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주년이 다가왔다.

나는 솔직히 연애하면서 1년 동안 누구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365일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한 사람만 사랑했고, 한 사람만 생각했다.

그 사람과 1주년을 기념하면서 나는 어쩌면 이 사람과 결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옛날에 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난 자타공인 소문난 워커홀릭이었다.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자타공인은 아니다...)


나는 개발자로 일하는 게 좋았고, 기술을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 

밤새 기술책을 읽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곤 했다. 

회사에서의 나의 반응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꾸미는 것도... 놀러 다니는 것도... 심지어는 밖에 나가는 것도 전혀 관심 없었다.


그런데,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먼저, 스타일을 바꾸면서 인상이 달라졌다.

연애하면서 마음이 안정된 덕일까?

웃는 상으로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또 요즘은 주말마다 밖에 나간다.

아무 계획 없어도, 일단 밖에서 만났다. 

같이 영화를 보건, 카페에서 공부를 하건...

이제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여자친구와 함께 했다.


여행도 자주 다녔다.

기념일이 있거나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어김없이 여행을 가곤 했다.

나는 짐을 챙기는 것조차 싫어했지만, 여자친구와 여행 갈 때는 늘 재밌고 좋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이 있고, 같이 있으면 이렇게 좋은데, 그냥 결혼해서 같이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망설임 없이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


처음에는 늘 받아주는 것처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내가 계속 진지하게 이야기하니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여자친구는 혼란스러워하면서 말했다.

"결혼을 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모르겠어, 같이 있으면 좋고, 결혼이 싫은 것도 아닌데..."

"... 암튼 잘 모르겠어"


나도 혼란스러웠다.

나도 결혼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한편으로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괜히 준비 없이 이야기했다가 거절당하면 이게 무슨 창피인가 싶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에 벤치에 앉아서 계속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횡설수설을 하다가, 갑자기 여자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 결혼하자. 같이 있으면 좋고 행복하면 결혼하는 거지"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비록 멋진 옷 차려입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프러포즈는 성공했다.

(물론 여자친구는 아직도 프러포즈받은 적 없다고 말한다.)


이제 이 손 놓을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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