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처럼 16일차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는 날, 나는 인천공항 게이트에 서 있었다. 트렁크에는 옷가지와 생필품이 가득했고, 내 머릿속에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추억들로 가득했다. 서울에서만 20년을 살았던 내가 드디어 태평양을 건너간다는 설렘에 몸이 붕 떠 있었다. 나에게 떠남은 늘 새로운 추억을 만들러 가는 설렘이었다.
창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비행기가 천천히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진 소리가 점점 커지고, 기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한국의 땅이 보였다. 활주로를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기수가 들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우는지 나도 몰랐다. 설레어야 할 순간에 20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엄마가 아침마다 차려주던 밥상, 아버지와 주말마다 걷던 동네 뒷산, 군 복무 2년을 견디게 해 준 어머니의 면회. 창밖으로 한국 땅이 점점 작아지는 걸 보며 깨달았다. 떠남은 과거를 버리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기억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곳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라는 걸.
14시간의 비행 내내 나는 두려움과 기대 사이를 오갔다. 영어로 입국 심사를 어떻게 통과할지, 캐나다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하지만 창밖 구름 너머로 펼쳐질 밴쿠버를 상상하면 다시 가슴이 뛰었다. 한국에서의 20년이 나를 만들었다면, 이 떠남은 그 나를 확장시킬 기회였다.
밴쿠버 공항에 착륙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확신했다. 나에게 떠남이란 끝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것을.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이어주는, 새로운 기억과 추억으로 향하는 행복한 시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