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처럼
2012년 7월, 결혼 10년 만에 신혼여행 후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은 처가에 맡기고, 우리는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내에게는 두 번째 유럽여행, 나에게는 첫 유럽여행이었다. 육아에 치이며 잊고 살았던 우리 둘만의 시간. 그것을 잠시라도 되찾을 수 있는 열흘이었다. 둘만 간직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부다페스트. 매일 저녁 여행일정이 끝나면 둘만의 대화가 계속되었다. 골목 슈퍼에서 로컬 맥주를 골라 담고, 마트에서 산 치즈와 훈제 연어, 소시지등을 안주 삼아 숙소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맥주잔을 부딪치고, 하루일정을 되짚으면서 함께 웃었다. 10년 동안 못 나눴던 대화가 매일 밤 조금씩 쌓여갔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비워졌던 우리만의 시간이 천천히 채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빈에 도착했다. 시청 광장에서는 야외음악축제가 한창이었다. 거대한 스크린 앞 수백 개의 의자, 와인잔을 든 사람들, 석양빛에 물든 광장. 우리는 뒤편 잔디에 자리를 잡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집에서 CD로만 듣던 그 음악이 실제로 들려왔다.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붉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앞사람의 와인잔이 흔들렸다. 아내가 내 어깨에 기댔다. 일주일 내내 나눈 맥주와 대화, 웃음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것 같았다. 뭔가 울컥했다. 아내가 내 손을 잡았다. 10년 전 결혼식장에서 반지를 끼워주던 그 손이었다. 따뜻했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면 안 될까?." 아내가 속삭였다. 나는 아내를 꼭 안았다. 돌아가면 다시 시작될 육아와 일상.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그저 음악을 듣는 두 사람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곡이 시작될 때까지, 조금 더, 둘만 아는 행복 속에 머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