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분당발제독서모임 양정희 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분당에 있는 IT 회사를 다니고 있는 40대 중반의 싱글맘입니다. 뭐라고 저를 소개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요즘 MZ들이 자주 사용하는 MBTI로 말씀드리면 전 울트라 파워 ESTJ랍니다. MBTI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테니 부연 설명 드리자면 ‘집에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밖에 나갈 계획을 분 단위로 세우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친구들 중에 모임이란 모임은 다 잡고, 맨날 자기 계발하느라 바쁜 분들 있으시죠? 딱 제가 그렇거든요. 늘 바지런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변성기가 와서 중저음으로 저를 ‘어머니’라고 불러주는 다정한 아드님도 하나 있답니다.
삶의 가치라고 말할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자기애, 시작, 현재에 충실하기’ 정도일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자기애’입니다.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들도 위로가 되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없으면 이겨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나 스스로를 잘 알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저 자신을 늘 사랑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는 ‘시작’이에요. 저는 뭐든지 관심이 생기면 많이 생각하거나 재지 않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덕분에 무턱대고 시작해서 고생한 적도 있지만, 시작도 못 해보고 후회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시작만 하고 끝까지 결실을 못 맺는 경우들도 많아서 몇 년 전부터는 지속하는 노력도 같이 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은 ‘현재에 충실하기’ 이에요. 이건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 노력하는 건데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다 보니 현재보다는 미래에 사는 시간이 더 많아요. 그래서 현재의 시간을 더 충실히 살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 ‘현재에 충실함’에 대한 글귀가 있어서 소개할게요.
그렇다.
해마다 봄은 너를 필요로 했으리라.
많은 별들은
네가 느껴 주기를 갈망했으리라.
지난날의 큰 물결이 밀려오고, 혹은 네가
열려 있는 창 옆을 지날 때
바이올린 소리가 몸을 맡기며 네 속으로 깊이 젖어
들었으리라.
그것은 모두 위탁이었다.
그러나 너는 그 위탁을 다 해냈는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19년도 말에 ‘대화’에 대한 갈증이 심했어요. 직장동료나 친구들, 가족들과 하는 이야기가 늘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럴만한 기회를 찾던 중에 지인 분이 독서모임에 대한 존재를 알려주셨어요.
그때부터 또 시작하기 좋아하는 제가 열심히 찾아봤죠. 그래서 20년 1분기부터 시작했던 분당 발제 독서모임이 지금은 제 삶에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대화방이 되었답니다. 독서 모임을 통해서 평소에 나누기 어려운 주제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느꼈던 갈증을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당 모임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멤버들과 모여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세상을 새롭게 보게 돼요. 모임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양한 의견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분당 발제 독서 모임의 멤버들이 저희 모임의 보석 같은 존재예요. 아! 그리고 2년 전부터 시작했던 5월의 야외 독서 모임은 분당 모임의 큰 매력 중 하나랍니다. 5월의 시원한 봄밤에 책을 이야기하는 모임 너무 낭만적이죠?
책은 저 자신을 알게 해 주는 참고서 같아요. 저는 아직도 제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은데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주인공이나 작가의 글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고 질문하게 돼요.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저렇게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모습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저는 독서를 통해서 제 자신에 대해서 매일 알아 가고 있어요.
요즘 책을 고르는 방법은 책 속의 책을 따라가는 거예요. 인문학 서적들에는 인용구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인용구들을 따라 책들을 찾아보면서 좋은 책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요. 그러면 책을 끝내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금세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책을 시작할 때 목차부터 쭉 훑어보고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기 시작해요.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새 책 전체를 다 읽게 돼요. 그리고 목차 중심으로 기억하고 싶은 글귀만 발제하면서 저만의 발제 리스트를 만들어 나간답니다.
장석주의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라는 산문집이에요. 원래 산문집을 잘 안 읽었는데 어느 더운 여름날 산문집을 읽는 내내 제가 행복에 미소 짓고 있더라고요.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라는 소설이에요. 어느 평범한 대학교수의 인생을 그린 소설인데,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우리 인생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어서 추천합니다.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 는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가 될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조원재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 삶과 예술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삶 자체가 예술이니까요.
조지 S. 클레이슨의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요즘 돈에 관심이 많은데, 돈을 알아가고 모으는 방법을 찬찬히 알려주는 기본서 같아요. 다들 읽어보시고 부자 되세요.
올해 40 중반을 넘으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트는 아니지만 나름 식단 조절을 하고 있어요. 방법은 간단해요. 되도록이면 탄수화물(쌀밥, 떡, 빵)과 정제당(음료수, 설탕 등)을 식사에서 빼고 먹습니다. 시작하고 한 달 후부터 몸이 약간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가끔은 짜장면도 먹고 떡볶이도 먹지만 장기적으로 식단 조절 하면서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큰 시도였습니다. 지금은 식단조절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어요. 연말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맛있는 레시피도 개발 중이에요. 그래서 요즘 건강 요리에 흠뻑 빠져 지냅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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