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발제 어떻게 하나?
성장판은 발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본 발제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발제(發題): 토론회나 연구회 따위에서 어떤 주제를 맡아 조사하고 발표함.
독서 모임에서 발제란, 책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토론할 주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발제에 포함됩니다. 발제가 있는 독서 모임의 경우, 보통 1부에 발제를 맡은 사람이 발표를 하고, 2부에 토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발제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발제를 듣는 사람은 좋지만, 발제를 하는 사람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독서 모임은 회원들이 돌아가며 발제를 하니 발제가 있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가볍게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 독서 모임도 있으니 개인의 성향에 맞는 모임을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발제를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발제를 하면 책을 더 깊이 읽을 수 있거든요. 내가 발제를 맡았을 때는 책을 잘 소화해야 발제 자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책을 읽게 되죠. 발제 자료를 만들려면 요약정리를 해야 하니 책 내용을 온전히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냥 혼자 읽을 때보다 발제를 할 때 몇 배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발제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저 사람은 어떻게 정리했고, 어떻게 해석했는지 볼 수 있으니까요. 내가 놓쳤던 부분을 다른 사람의 발제를 통해 보충할 수도 있고요.
학습 방법에 따른 기억률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업 듣기와 읽기 같은 수동적인 학습 방법보다 집단 토의와 가르치기와 같은 참여적 학습 방법을 실행했을 때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그냥 읽었을 때의 평균 기억률은 10퍼센트이지만 가르치기를 하면 90퍼센트까지 올라간다고 해요. 발제는 책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책을 혼자 읽으면 나중에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독서 모임에서 발제를 맡아 발표를 하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발제를 하는 독서 모임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발제자입니다.
발제를 할 때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자료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제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발제를 하면 됩니다. 그래도 발제를 할 때 일반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내용과 형식을 알아두면 좋겠죠?
발제 내용 구성
- 저자의 생애와 작품 세계
- 책의 내용 요약정리
- 발제자의 내용 해석과 책 평가
- 문제 제기(함께 토론할 주제)
발제를 한 명이 할 수도 있지만, 성장판 독서 모임에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책 한 권을 3~5명이 나눠 발제합니다. 한 사람은 저자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하고, 한 사람은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한 사람은 토론 주제를 만드는 방식이죠. 분량이 많은 경우에는 책 내용 요약정리를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기도 합니다.
1) 워드 발제
발제 자료는 어떤 형태로 만들면 될까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한글이나 MS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서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성한 발제 자료는 인쇄하여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파워포인트 발제
요즘에는 빔프로젝터를 많이 사용해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로 발제 자료를 만드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별도의 발제 자료를 인쇄해서 나눠주지 않고 빔프로젝터 화면을 보며 진행하는 것이죠.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발제 자료를 준비하면 일반 문서 형태를 만들 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지 않으니 요약정리도 더 꼼꼼하게 해야 하고, 내용에 맞는 적절한 이미지도 찾아 삽입해야 하니까요. 수고는 많이 들어가지만 청중의 집중도가 높고, 내용 전달 측면에서는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 심플 프레젠테이션 발제 (Marp앱 사용)
저는 심플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발제를 많이 합니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려면 텍스트와 이미지의 크기 조절, 배치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Marp’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그러한 슬라이드 디자인 작업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크다운(markdown)이라는 문서 포맷 언어를 써서 텍스트만 입력하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어줍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발제를 하고 싶지만 파워포인트 작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힘드셨던 분들은 간편하게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어주는 Marp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세요.
좌측 화면에 마크다운으로 내용을 입력하면 우측의 프레젠테이션을 자동으로 만들어 줍니다.
Marp 웹페이지 https://yhatt.github.io/marp/
4) 마인드맵 발제
책 내용을 독서 마인드맵으로 요약해서 발제를 할 수도 있습니다.독서 마인드맵을 프린트해서 나눠주거나 빔 프로젝터 화면에 띄우고 가지 하나씩 순서대로 발표하면 됩니다.
5) 책 중요 부분 스캔 발제
발제 자료를 작성할 시간이 없을 때는 책의 중요 부분을 사진 찍거나 스캔해서 발제를 하기도 합니다. 책에 밑줄을 잘 쳐두었다면 밑줄 친 문장 중심으로 읽어 나가면서도 충분히 발제를 할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 발제를 할 때에도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6) 비쥬얼씽킹 발제 (손그림 발제)
책 발제를 텍스트로만 해야하는 법은 없습니다. 손그림으로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멋진 비쥬얼씽킹(Visual Thinking) 발제가 됩니다.
독서 모임 발제를 할 때 메모 독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쳐두면 발제 자료를 작성할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독서 노트나 독서 마인드맵을 작성했다면 발제 자료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독서 노트에 적어둔 책의 핵심 문장과 질문을 발제 자료로 만들면 되니까요.
저는 발제를 해야 하는 책은 밑줄을 치며 빠르게 한 번 읽고, 밑줄 친 문장 중심으로 다시 읽으며 마인드맵 요약정리를 합니다. 그런 다음 마인드맵으로 요약한 것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워드 문서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로 만듭니다. 때에 따라서는 마인드맵 자체로 발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장판 독서 모임 회원들로부터 발제를 하면서 메모 독서의 힘을 체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메모 독서를 하면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비교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발제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 효과를 느낄수록 메모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 빨라집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할 때 자원해서 발제를 하겠다고 해보세요. 메모 독서를 하며 책을 읽고 발제를 해보세요. 책을 소화하는 능력이 쑥쑥 자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글은 <메모 독서법> 책 내용 중 일부를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성장판 운영자 신정철님의 브런치 계정에도 같은 글이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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