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만들겠다는 욕망, 그리고 필연적 우연

(2화) 전세계 커뮤니티를 위한 플랫폼, Discord / 제임스 시트론

by 똘똘이스머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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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타임 파운더 프리미엄을 아는가?

한번 성공 해 본 창업가는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데 붙는 실리콘밸리의 미친 프리미엄이 있다.

그래서 이미 성공을 맛본 창업가는 이전 보다 훨씬 더 거대한 스케일의 꿈을 거침없이 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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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이슨 시트론은 다시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 이름은 해머 앤 치즐(Hammer & Chisel).

오픈페인트를 1억 달러에 매각한 뒤였기 때문에, 그가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는 소식은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그 소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리콘밸리에는 오래된 투자 공식이 하나 있다.

“한 번 성공한 창업가에게 다시 투자하라.”

벤처캐피털 세계에서는 이런 창업자를 흔히 “세컨드 타임 파운더”라고 부른다. 이미 한 번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거나 상장까지 이끈 경험이 있는 창업자다. 제품을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고,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알고 있으며, 투자자와 협상하는 법도 알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확률이 조금 더 높은 선택이다. 미국의 자본시장은 기업의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현재 매출이나 이익이 보잘 것 없더라도, 미래에 큰 무언가가 될 것이라 믿는다면, 회계사들이 설명할 수 없는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들에게 투자란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당겨서 미리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새로운 회사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투자자들이 먼저 연락해 투자를 제안하는 일. 제이슨 시트론의 경우도 비슷했다. 오픈페인트 매각 이후 그가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유명 벤처캐피털들이 빠르게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Benchmark Capital, Index Ventures, Greylock Partners 같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사들이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첫 투자 라운드에서 약 820만 달러가 들어왔다. 이후 추가 투자까지 합치면 약 2천만 달러 정도의 자금이 회사에 모였다. 아직 완성된 게임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투자한 것은 게임 아이디어가 아니라 “제이슨 시트론”이라는 창업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제이슨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모바일 게임이 아니었다. 그는 훨씬 더 야심차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게임 이름은 페이츠 포에버(Fates Forever). 당시 PC에서만 즐길 수 있던 하드코어 장르인 MOBA 게임을 태블릿 기기인 아이패드로 완벽하게 옮기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다.


MOBA는 팀을 이루어 상대 기지를 파괴하는 전략 전투 게임 장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역할을 맡아 협력하고, 전략과 전술을 활용해 싸우는 게임이다.

문제는 조작 방식이었다. 이 장르는 원래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PC 환경에 맞춰 설계된 게임이었다. 캐릭터 이동, 스킬 사용, 카메라 조작 등 수많은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터치스크린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당시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MOBA를 모바일로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이슨 시트론은 다르게 생각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성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모바일에서도 PC 수준의 깊이 있는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페이츠 포에버는 바로 그 미래를 앞당겨 증명하려는 프로젝트였다.


해머 앤 치즐 팀은 타협하지 않았다. 아이패드라는 기기의 성능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당시 태블릿의 그래픽 성능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팀은 그 안에서 가능한 최고의 비주얼을 구현하려 했다. 고해상도 그래픽, 정교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방대한 판타지 세계관까지.

모든 것이 “그럭저럭 괜찮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작품에 가까운 완성도를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개발은 2년에 걸쳐 이어졌다. 수십 명의 아티스트와 엔지니어들이 참여했고, 수많은 밤샘 작업이 이어졌다. 스타트업 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는 누구도 속도를 늦추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의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모바일에서도 진짜 하드코어 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여름. 페이츠 포에버가 애플 앱스토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오픈페인트로 성공한 창업자의 차기작이었기 때문에 게임 업계의 관심도 높았다. 여러 매체들이 리뷰를 내기 시작했다. 언론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테크크런치는 리뷰에서 이렇게 썼다.

“Fates Forever는 MOBA 장르를 태블릿으로 옮기기 위한 잘 완성된 시도다.”

애플 전문 매체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패드 위에서 놀랄 만큼 깊이 있는 MOBA 경험을 구현했다.”

일부 리뷰어는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지금 앱스토어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무료 게임 중 하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래픽도 훌륭했고, 시스템도 정교했다. 언론의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사용자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 일 만 남았다.


런칭 다음 날 아침. 해머 앤 치즐 사무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전날 밤까지 이어졌던 축하 분위기가 사라진 자리였다. 제이슨 시트론은 밤을 거의 잠들지 못한 채 사무실로 나왔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대형 모니터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그 화면에는 게임의 실시간 데이터가 표시되고 있었다.

- 다운로드 수

- 동시 접속자 수
- 잔존율

잔존율(Retention)은 게임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한 번 게임을 설치한 사용자가 다음 날에도 다시 접속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이 게임이 정말 재미있는가”를 보여주는 숫자다. 제이슨은 말없이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 그래프가 로켓처럼 치솟을 것이라고 믿었다.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가 몰려들고, 유저들이 친구를 초대하며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래프는 올라가지 않았다. 다운로드 수는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유저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 게임을 실행한 사용자들이, 다음 날 다시 접속하지 않았다. 그래프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수백억 원의 개발비,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탑클래스 엔지니어, 2년 동안 쏟아부은 시간.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차가운 숫자 앞에서 평가되고 있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순간을 이렇게 부른다. '데이터의 심판'. 출시 전에는 누구나 자신의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출시 후 단 하루면 시장이 냉정한 판결을 내려 버린다. 페이츠 포에버도 그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명확했다.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픽도 뛰어났고 시스템도 정교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행동은 전혀 달랐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대나 소파에 기대어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 했다. 몇 분 동안 간단히 플레이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원했다.


하지만 페이츠 포에버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이었다. 한 판의 플레이 시간은 30분에서 40분.

이기기 위해서는 높은 집중력과 정교한 팀플레이가 필요했다. 페이츠 포에버가 제공하고자 했던 것은 본질적으로 PC에서 즐기던 하드코어 게임의 경험이었다. 문제는 모바일이라는 기기였다. 아이패드는 대부분 소파 위에서, 침대 위에서, 혹은 이동 중에 잠깐 켜는 기기였다. 사람들은 몇 분 동안 가볍게 플레이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페이츠 포에버는 그와 정반대의 경험을 요구했다.

긴 플레이 시간, 높은 몰입도, 그리고 팀 전체가 동시에 집중해야 하는 전투.

모바일 기기의 사용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물론 팀도 이 문제를 모른 채 출시한 것은 아니었다. 출시 이후 몇 달 동안 그들은 집요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

튜토리얼을 다시 만들기도 하고, 매치메이킹을 수정했다.

초보자 난이도를 낮춰도 보고, 마케팅 예산도 추가로 투입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Product–Market Fit을 찾는 과정은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창업자들은 작은 숫자 하나라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제품을 계속 수정한다.

광고를 집행하고,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고, 온보딩을 다시 설계한다.

지표가 조금이라도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작은 변수들을 끝없이 바꾼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그 과정을 때론 사람들은 칭송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 오면 창업자들은 깨닫게 된다. 문제가 기능이나 디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제는 훨씬 더 근본적인 곳에 있었다. 바로 사용자들이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이 상태를 이렇게 부른다.

"Product–Market Fit를 찾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모바일 사용자라는 관점에서 페이츠 포에버의 PMF는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웠다.


제이슨 시트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대시보드를 바라보다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게임이… 죽어가고 있어.”

사무실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공동 창업자 스탄 비슈네프스키가 노트북을 들고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스탄이 말했다.

“유저들이 게임을 떠난 게 아니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스탄이 화면을 가리켰다.

“이 사람들… 전투에 들어가지 않아.”

제이슨이 물었다.

“그럼 뭘 하고 있는데?”

스탄이 대답했다.

“게임 안에 있는 음성 채팅 채널에만 머물러 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페이츠 포에버에는 팀원들이 전략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작은 음성 채팅 기능이 붙어 있었다. 단순 보조기능으로 엉기성기 짜 놓은 코드일 뿐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 기능을 주목했다. 유저들은 전장에 들어가는 대신, 이 음성 채팅 채널에만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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