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wallex 스토리 4화
2018년 중순, 에어월렉스는 기존 결제망을 우회하는 자체 백엔드 인프라를 공개했다. 오랜 기간 준비 끝에 공개된 것은 기업의 ERP 시스템에 직접 연동할 수 있는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였다.
시장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수십 년간 SWIFT 망에 의존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높은 환전 수수료(4~5%)와 느린 처리 속도를 감수해야 했다. 에어월렉스의 시스템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 약 3년간 구축된 백엔드 인프라는 속도와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기반 인프라가 자리 잡자, 송금, 결제, 외환 관리, 가상 계좌 발급 등 기능이 빠르게 추가되었다. 이는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2018년 1월 기준 실제 결제 처리액은 0원이었지만, 메인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1년이 채 지나기 전 누적 결제액은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를 넘어섰다.
초기 투자자인 텐센트(Tencent)를 비롯해 징동닷컴(JD.com), 그리고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에어월렉스의 API를 핵심 결제 시스템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 은행을 통해 발생하던 4~6% 수준의 중개 수수료와 환전 마진이 줄어들면서, 고객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국경 간 결제 비용 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인프라 확장을 위한 자본과 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해졌다. 다수의 투자 제안이 있었지만, 회사는 외부 시장 상황보다는 내부 비즈니스 필요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렸다.
"펀드레이징 타이밍을 외부 환경에 맞추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니즈에 집중했습니다. API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인프라 확장이 필요했고, 이에 맞춰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보다 기존 투자자와 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텐센트와 세쿼이아 캐피탈 차이나 등 기존 투자자들은 에어월렉스의 기술 구축 과정과 성과를 이미 이해하고 있었고, 다음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2019년 3월, 에어월렉스는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추가로 유치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에 진입했다.
이후 에어월렉스는 호주와 아시아를 넘어 영국, 유럽, 북미 시장으로 확장했다. 여러 국가에서 확보한 금융 규제 승인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B2B 국경 간 결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조직 규모는 빠르게 커졌고, 처리되는 거래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국경이 닫히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오프라인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항공권 결제, 해외 유학생 송금, 오프라인 가맹점 정산 등 주요 거래가 급감했다.
에어월렉스는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었지만, 거래의 근원은 실물 경제에 있었다. 그 기반이 흔들리면서 결제량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단 며칠 만에 전체 수익의 약 50%가 사라졌다. 실물 경제가 멈추면서 결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3년간 구축한 인프라와 빠르게 성장하던 사업 구조는 예상하지 못한 외부 변수에 직면하게 되었다.
멜버른 본사 상황실에서 주요 지표를 확인하던 경영진은 급격히 하락하는 거래량을 마주해야 했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에어월렉스는 사업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