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서 컵밥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컵밥은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로 한국인에게는 전혀 특별할 게 없는 음식인데요.
여기 노량진 스타일 컵밥을 미국에 가져가 연 2,6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던 평범한 이민자는 어떻게 작은 트럭에서 컵밥을 판매하기 시작해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퓨전 한식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k-푸드, Cupbop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Cupbop은 2013년 한국인 이민자 송정훈씨에 의해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그는 미국의 유타라는 지역에서 열린 음식 페스티벌에 한식이 없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는데요. 이 경험을 계기로 구체적인 메뉴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푸드트럭부터 구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재산을 투자해 구매한 트럭이 방치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하죠.
그가 메뉴를 컵밥으로 선택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노량진 다큐멘터리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재수를 하며 1년 정도를 노량진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컵밥 거리까지 뛰어가 밥을 먹고 돌아올 정도로 컵밥을 좋아했죠. 하지만 저에게는 컵밥이 맛있는 한 끼 식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창업동아리를 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대학생 시절에도 저에게 컵밥은 창업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는 ‘우연’이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그가 모든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트럭을 미리 구매 해놓지 않았더라면 우연히 본 노량진 다큐멘터리는 시간 때우기용 콘텐츠밖에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Cupbop은 굉장히 전략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창업자는 메뉴를 기획하며 식당 3,000 곳 이상의 장단점을 분석했고, 장점만을 취합해 Cupbop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 앤 아웃버거의 심플함, 지미 존스의 신속한 조리, 서브웨이의 소스를 조합해 메뉴를 개발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푸드트럭의 특성상 매출이 자리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사가 잘될 때는 2,0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오기도 했지만, 손님이 한두 명 밖에 없는 날도 있었는데요. 그는 이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바로,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
장사가 안 된다고 낙담하기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트럭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하이파이브와 환호성으로 환대하며 고객과 유대감을 만들었죠.
이런 유쾌한 분위기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돼 Crazy Food Truck Guys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즉, Cupbop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한솥 아니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저도 한솥을 즐겨먹긴 하지만 싸고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좋을 뿐, 한솥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이와 반대로 컵밥은 브랜드 자체의 팬이 굉장히 많습니다.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브랜드 계정을 팔로우 하고 있을 정도이죠. 특히 특유의 유쾌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던 동양인은 어떻게 현지 사람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바로, 정과 덤, 그리고 흥입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이러한 문화가 미국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죠.
컵밥의 매장을 보면 내성적인 사람은 선뜻 주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활기찹니다. 처음 온 고객에게 전 직원이 달려가 반겨주고, 한국말로 주문을 하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주며 매장 자체를 유쾌한 공간으로 만들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매장 분위기는 마케팅 포인트가 아닌 창업자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의 운영 철학은 친구가 만들어준 집밥 같은 음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물론 컵밥이 독특한 컨셉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음식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입니다.
컵밥을 주문하면 당면과 함께 고기, 채소, 밥을 곁들여 다양한 소스와 함께 제공해 줍니다.
혹시 흑백 요리사 보셨나요?
저는 팀 대결에서 정지선 셰프가 잔반통을 뒤져보며 기존 조리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나갈 음식을 개선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송정훈 대표 역시 미국인들에게 낯선 컵밥이라는 음식을 현지화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습니다. 현재 cupbop의 잡채에는 버섯과 양파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는 원가 절감을 위해서가 아닌, 쓰레기통에 버려진 양파와 버섯을 빈번하게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하죠.
진부한 표현이지만 송정훈 대표는 말 그대로 열정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컵밥의 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할 뿐 장기적인 비전이나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10개 정도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컵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단골 고객 중 한 명이었던 권도혁씨가 COO로 팀에 합류하면서부터였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금융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던 권도혁씨가 컵밥 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컵밥의 활기찬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제품과 브랜드에 애정을 느끼며 성장 잠재력을 보았고, 팀에 합류하기 위해 연봉까지 낮추었다고 합니다.
골드만 삭스 출신의 금융 전문가인 그는 조직의 체계를 만들고 회사에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미국에서 컵밥이라는 메뉴를 개척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샤크 탱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샤크 탱크 영상이 이번 주 주제로 컵밥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연 당시에도 그들은 이미 성공 반열에 오른 사업가였습니다. 매출은 240억이 넘었고, 매장도 27개나 가지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춤을 추고 과장되게 행동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보다 큰 성취를 이루어 내고 더 많은 것을 갖은 사람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라고 생각하며 나태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죠.
발표가 끝난 후 투자자들은 두 창업가를 그저 재미있는 사람들 정도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3%의 지분을 100만 달러에 팔겠다는 제안을 듣고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이라고 나무랐죠.
하지만 음식의 맛을 보고, 회사의 매출과 순이익을 듣고 난 후 모든 투자자들은 컵밥의 지분을 사기 위해 오히려 자신들을 세일즈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2-3분 남짓이지만 현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한 시간 반가량을 논쟁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최대 5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라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권도혁 COO는 금전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마케팅 지원을 약속한 마크 큐반의 투자를 받아들였습니다.
지분의 5%를 100만 달러에 팔았으니, 컵밥은 기업의 가치를 2,500억 이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참고로 마크 큐반은 야후에 자신의 사업을 7조 4,000억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성공적인 사업가입니다.
샤크 탱크 출연 후 컵밥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금을 활용해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하며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컵밥의 연간 매출은 2,6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 매장 수는 54개로 증가했고, 인도네시아에도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국제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죠.
최근에 오픈한 Roy, Utah 매장은 오픈 첫날에만 2,000명 이상의 고객을 방문했을 정도로 컵밥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성과는 송정훈 대표님의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으로만 접했지만 저도 이미 단골이 된 기분이 들 정도니까요.
마지막으로 컵밥의 성공 스토리를 세 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지역 푸드 페스티벌에 한식이 없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한국인이 직접 푸드트럭에서 컵밥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창업자 특유의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고객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 번째, 동업자의 명확한 성장전략과 비전 덕분에 조직을 체계화하고 투자금을 유치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작은 트럭에서 컵밥을 판매하기 시작해 미국에서 가장 핫한 k-푸드가 된 컵밥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았습니다.
긴 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