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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스존 Nov 22. 2024

'실행력 갑' 직장인이 만든 남성 뷰티 브랜드

취미로 비누를 만들기 시작해 1년에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일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게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남성용 그루밍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비누 하나로 미국 남성 뷰티 시장을 섭렵한 브랜드, 닥터 스콰치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닥터 스콰치는 창업자인 잭 할리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잭은 건선이라고 하는 피부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요, 일반적인 비누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당시 시장에는 남성에게 적합한 천연 비누가 없었습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죠? 

저에게는 남성용 천연 비누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낯설지만, 잭은 남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천연 비누를 직접 만들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는 천연 재료로 비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비누 제조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비누 제조였지만 점차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기를 끌자 사업으로 확장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잠깐, 천연 성분을 활용한 비누는 러쉬에서 이미 판매 중인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닥터 스콰치는 처음부터 러쉬의 천연 비누를 구매하지 않을 만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한 인터뷰를 통해 잭은 자신의 제품을 ‘천연 비누를 원하지만 라벤더 향은 싫은 남성용 비누’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즉, 다채로운 색상과 산뜻한 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러쉬와 달리 닥터 스콰치는 나무나 흙 내음 같이 조금 더 강하고 남성적인 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창업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닥터 스콰치는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는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 잭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재미있게도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한 결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었고, SNS와 입소문에 의존해 마케팅한 결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92만 명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도 맞댓글로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죠. 


초기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는 비누뿐만 아니라 샴푸, 데오드란트, 쉐이빙 크림 등 점진적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마케팅 활동 역시 강화했습니다.  

그중 유머 있게 남성성을 강조한 유튜브 광고가 성공하며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을 막론하고 닥터 스콰치에서 운영하는 SNS 계정은 굉장히 캐주얼합니다. 어떤 게시물들은 선을 넘었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는데요.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도발적인 접근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논란이 생긴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광고를 철회하는 대신 피드백을 받아들여 유머의 수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죠. 

선 넘은 광고도 먹힐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유머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소비자들은 닥터 스콰치가 진지하지 않은 브랜드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벼움을 좋아하죠. 


브랜드의 존폐를 걸고 굉장히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굉장히 효율적인 차별화 전략입니다. '전통적이고 무난한 광고를 하는 경쟁사와 독특하고 과감한 닥터 스콰치' 광고만으로 타 브랜드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할 수도 있고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끔 1억 원을 버는 것과 꾸준히 7천만 원을 버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실 건가요? 

사업을 하며 마진율만큼 중요한 것은 꾸준한 매출입니다. 매달 일정한 매출이 보장되는 정기구독은 모든 브랜드에서 바라는 달콤한 현금흐름일 것입니다. 정기구독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마진율은 낮아지지만 재고를 회전하고 발주량을 늘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정기구독이 모든 브랜드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우유를 정기구독 하고 먹지 않아 버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버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계약기간만 끝나면 구독을 해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비누 같은 소비재는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지난달에 받은 비누가 남았다면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쓰면 되니까요. 

게다가 남성들은 비교적 일관된 소비 패턴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한 제품을 잘 바꾸지 않죠.

구체적인 구독 서비스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닥터 스콰치의 매출은 구독 서비스 도입 후 3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시기 매출은 1,300억 원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소규모 팬층을 가진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닥터 스콰치가 메인 스트림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는 단 30초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슈퍼볼 광고 덕분이었죠.


슈퍼볼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이벤트입니다. 작년 슈퍼볼 시청자는 1억 1,300만 명에 달했죠. 슈퍼볼 광고는 단순한 상업적 광고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광고 내용이 화제가 되거나 지속적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대중문화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30초 동안 방영된 닥터 스콰치의 슈퍼볼 광고는 경기가 끝난 후 여러 커뮤니티로 공유되며 브랜드의 소비자층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닥터 스콰치는 자신들만의 유머와 개성을 살린 마케팅을 슈퍼볼에서도 그대로 이어가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는데요, 그 덕분에 기존 충성고객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 유치도 성공할 수 있었고, 슈퍼볼 광고 이후 구독 서비스 가입자 수 역시 특히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브랜드의 유튜브 채널에는 슈퍼볼 광고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광고들이 많다는 점인데요. 조회수가 1억 7천만 회나 되는 이 영상은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서 본다는 댓글에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했을 정도랍니다.


닥터 스콰치가 일부러 찾아보는 광고 영상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재미와 정보를 조합한 것이었습니다. 창업자인 잭은 한 인터뷰를 통해 훌륭한 제품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너무 진지하지는 않은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이를 에듀테이먼트라고 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에듀테이먼트는 교육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해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학습효과를 높이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1억 2천만 명이나 조회한 이 영상도 3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사 제품을 우수성을 나열하며 시청자를 ‘교육’하지만 재미있는 설명 방식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끝까지 시청하죠.


닥터 스콰치가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세밀한 타깃 설정 덕분입니다. 


그들의 고객은 단순히 천연 비누를 원하는 남성이 아닌, 자연친화적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입니다. 브랜드의 마스코트인 사스콰치를 통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남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죠.

저는 도시 속에서 디지털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고, 이러한 삶의 방식을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스콰치의 마케팅 방식에 공감을 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저는 닥터스콰치의 광고가 딱히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렇듯 명확한 타깃은 고객의 수를 제한하고 배척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죠.


최근에 고체비누를 직접 구매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고체비누는 2014년도부터 이미 몰락했다는 평을 들어왔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닥터 스콰치는 한물 간 고체비누를 주력상품으로 연 매출 2,5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메이저 비누 브랜드보다 가격이 6배 이상이나 비싼데도 말이죠. 이는 단순히 성공적인 마케팅과 끈끈한 커뮤니티덕만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닥터 스콰치가 피부질환 때문에 고생하던 창업자가 직접 만들어 쓴 비누가 그의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끌며 사업화되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렇습니다. 브랜드의 비결은 바로, 잘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작업된 리뷰들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큰 매출을 내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 혹해서 구매해 보신 경험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몇 번 사용한 후 방치되고 재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죠. 강한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리로 구매하는 것은 많아야 한두 번이고요.


물론 일반인이 사양시장을 역행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 그런데 잭 역시 닥터 스콰치를 창업할 때는 비누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 이었었네요.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는데,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한계 지어 왔었나 봅니다.


마지막 잭의 성공 스토리를 3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1. 건선으로 고생하던 직장인이 자신에게 맞는 천연 비누를 찾지 못해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2. 주변 반응이 좋자 사업화를 했고, 명확한 타깃에게 일관된 톤앤매너로 광고한 결과 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다.

3. 구독서비스로 탄탄한 현금흐름을 만들었고, 슈퍼볼 광고를 통해 메인 스트림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은 평범한 직장인이 연매출 2500억 이상의 비즈니스를 만든 과정과 성공 요인을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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