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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스존 Dec 21. 2024

가짜 광고로 매출 3500억 브랜드를 만든 천재 마케터


생수를 알루미늄 캔에 담아 1년에 3억 개 이상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마케터는 어떻게 1년에 3,500억 이상 팔리는 생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생수는 왜 맥주처럼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시작된 브랜드, Liquid Death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리퀴드 데스는 '가짜 광고' 덕분에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는 회사도 설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광고는 그의 아이디어와 컨셉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가상의 브랜드'를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마이크의 의도대로 광고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 결과 리퀴드 데스라는 생수 브랜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는 이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고, 투자자를 설득해 회사 설립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즉, 잘 만든 1분짜리 유튜브 영상 하나로 자본금 22억을 확보하게 된 것이죠.


짧게나마 이 채널을 운영하며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취미의 중요성입니다.

짐샤크를 창업한 벤은, 자신에게 필요한 헬스 의류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네스티 갈의 소피아는 중고 의류에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펑크스타일을 접목하며 사업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일부러 이런 사례만 찾는 게 아닌데, 마이크 역시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헤비메탈 문화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죽음의 물'이라는 도발적인 이름과 강렬한 마케팅 전략은 헤비메탈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죠. 뿐만 아니라 메탈 음악을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거나 브랜드 행사에 록 밴드를 초청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그의 음악적 취향을 브랜드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특하고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과몰입해 즐기는 취미가 없습니다. 헬스, 위스키, 재즈 등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말 그대로 적당히 즐기는 수준이죠.

취미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일에도 몰입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취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가 사업에 영감으로 작용하는 것인지 아직 선후관계는 모르겠으나, 과몰입해 즐기는 취미가 사업적 성공에 기여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강렬한 이미지와 음악 코드는 리퀴드 데스를 마치 메탈 밴드의 상징처럼 만들었고 펑크, 록,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었는데요,


잠깐, 이런 서브 컬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에서 배제한 마케팅 방법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제품의 이름과 마케팅 방법은 다소 반항적이지만, 사실 리퀴드 데스는 굉장히 '착한 브랜드'입니다.

반항적인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수단일 뿐, 그 내면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를 담고 있죠.


재미있게도 리퀴드 데스의 핵심 가치는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입니다.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기존 생수 브랜드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닌, 재활용이 더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익의 일부분을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하기도 하는데요.


저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입으로는 험한 말만 하지만 알고 보면 행동은 착하는, 겉모습과 달리 남 몰래 봉사활동을 하고 다니는 츤데레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환경 보호 캠페인명 역시 '플라스틱을 죽이자', '멸종 위기종을 위한 사형 집행'처럼 어감은 다소 폭력적이지만 모두 자연을 위한 것이죠.


2019년 출시된 리퀴드 데스는 비교적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독특한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에서의 바이럴 효과로 빠르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고, 창업 첫해에 28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매출이 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리퀴드 데스의 성장에 있어 수원지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리퀴드 데스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물을  공급받습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깨끗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리퀴드 데스는 이런 점을 전혀 강조하고 있지 않죠.

저는 국내 생수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해당 브랜드의 특장점에 대해 공부하고, 나름의 차별화 포인트도 만들며 꽤나 열심히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수원지조차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지금 드시고 계신 물, 어디서 온 건지 알고 마시시나요? 

물은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입니다. 저는 물을 구매할 때 쿠팡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은 단순한 소비재일 뿐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지가 아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마케팅은 오히려 소비자의 기억에 더 강하게 각인될 수 있었고, 신규 브랜드인 리퀴드 데스가 생수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리퀴드 데스의 성공 요인은 레드불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리퀴드 데스는 메탈 음악과 서브컬처를,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모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음료가 아닌,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가치를 소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죠.

 

만약 마이크가 메탈 음악에 진심이지 않았더라면 브랜드는 지금과 같은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지 못하고 그저 그런 생수 브랜드로 남았을 것입니다. 알프스 생수의 대명사, 에비앙의 하위 호환 정도로요.

혹시, 명확한 취미를 가지고 계시나요? 부럽습니다. 멋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확률이 저보다 높으시네요.


리퀴드 데스는 SNS를 굉장히 잘 활용하는 브랜드입니다.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타벅스와 코카콜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반응 역시 더 적극적이죠.

상업적인 계정을 잘 팔로우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리퀴드 데스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리퀴드 데스가 운영하는 SNS의 가장 큰 특징은 User Generated Content(UGC), 즉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니다.

브랜드의 명확한 철학과 개성은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들었고, 그들이 SNS를 통해 표현한 팬심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강화시킨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DeathToPlastic 캠페인입니다.

리퀴드 데스는 이 캠페인을 통해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리퀴드 데스가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는데요,

캠페인의 포스터만 보더라도 기존의 환경보호 캠페인과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지 않나요? 

이런 리퀴드 데스만의 유머는 브랜드의 독특한 이미지와 결합해 소비자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고, 그 결과 1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며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슬로건인 Murder your thirst 역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좋은 소재가 되었는데요,

일반적인 생수 브랜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갈증 해소'와 같은 평범한 문구가 아닌, '갈증을 살해한다'라는 도발적인 메세지는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며 입소문을 탔고, 2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유한 성공적인 캠페인이 되었습니다.


리퀴드 데스 User Generated Contents의 끝은 Liquid Death Tattoo 이벤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LiquidDeathTattoo 이벤트는, 로고나 캐릭터를 몸에 새기고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는 참여형 이벤트인데요. 문신이라고 하는 특수성 때문에 참여자 수는 적지만, 리퀴드 데스가 단순한 생수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이죠. 라이더들이 자유와 반항의 상징으로 할리 데이비슨 로고를 문신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일까요?

바로, 리퀴드 데스가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즉, SNS를 통해 리퀴드 데스의 소비자라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리퀴드 데스는 의류와 악세서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굿즈 판매가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이는 생수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큰 비중이죠.


만약 삼다수에서 후드티를 판매한다면, 입고 다니실 수 있으신가요? 아무리 고급 이미지가 있다고 하더라고 에비앙 후드티도 입고 다니기 힘들 것입니다. 

심지어 리퀴드 데스의 후드티는 생수가 판매되기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례가 리퀴드 데스의 정체성이 얼마나 명확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즉, 리퀴드 데스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팬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팬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리퀴드 데스의 성공 요인을 세 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가짜 광고를 통해 '가상의 브랜드'를 알리고 투자자를 설득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반항적인 이미지와 환경 보호를 접목해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을 팬으로 만들었다. 

세 번째,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브랜드의 인지도를 강화했고, 단순한 생수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늘은 저관여 제품의 대명사, 생수를 판매 1년에 3,5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과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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