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스존 Dec 14. 2024

미국판 무자본 창업의 끝판왕

구독자의 팬심을 활용해 1년 2,200억 이상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 본 적 없던 두 대학생은 어떻게 '크리에이터의 베스트 프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프린트 기계도 없이 티셔츠를 제작하기 시작해 10년 만에 'T-shirt king'이 된 브랜드, 티스프링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티스피링은 브라운 대학교를 다니던 두 대학생이 자신들이 좋아하던 'Fish Co'라는 바의 폐업을 막는 과정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창업자 워커 윌리엄스와 에번 스타이트는 재정적 이유로 문 닫 위기에 처한 바를 지원하기 위해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려 했지만, 티셔츠를 소량 제작하는 것이 복합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를 먼저 판매한 후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6시간 만에 $10,000 이상의 티셔츠를 판매하며 바의 폐업을 막을 수 있었죠.

이 과정에서 그들은 '누구나 쉽게 맞춤형 티셔츠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워커와 에반이 티셔츠를 제작한 방식을 '온디맨드 제작(on-demand)'이라고 부르는데요. 

온디맨드란, 플랫폼과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수요자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여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합니다.

프린트 온디맨드는 원래 출판업계에서 주로 사용되었었는데, 워커와 에반은 이를 의류 제작에 적용해 상업화에 성공하며 프린트 온디맨드의 선구자라는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기존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에피소드인 것 같네요.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들이 만든 웹사이트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브라운 대학교 학생들과 소규모 커뮤니티가 주요 고객이었는데요,  그중 게임 커뮤니티 사이에서 자신이 속한 길드의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입소문이 나며 사업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티스프링은 창업 당시 외부투자 없이 개인 자금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초기 자본금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프린트 기계와 같은 장비를 구입하지 못했고, 재고도 미리 확보하지 못했는데요.

부족한 장비는 제조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그리고 재고에 대한 부담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웹사이트도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에반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를 말 그대로 '무자본 창업'에 가까웠죠.


저는 최근 오프라인 공간 공유 사업에 흥미를 느껴 공간 창업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수입 구조는 명확했지만 창업에 2억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접게 되었는데요.

저에게 2억은 아이디어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태워버리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기 때문에 '시드가 충분하다면 할 수 있는 일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했었습니다. 

그런데 티스피링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당시 저에게 부족했던 것은 '돈이 아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League of Legends와 World of Warcraft 같은 대형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신들만의 커스텀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 티스피링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티스피링의 성장 속도는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창업 2년 만에 100억에 가까운 돈을 투자받게 되었습니다. 이 투자는 티스프링이 플랫폼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데 중요한 자금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성장을 가속할 수 있게 되었죠.



잠시 그간 분석했던 브랜드들의 마케팅 포인트를 복습해 보겠습니다. 

짐 샤크, 초기 인플루언서 마케팅

닥터 스콰치,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 바이럴

네스티 갈, 초기 SNS 마케팅

매직 스푼, 제휴 마케팅


세부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SNS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짧은 기간 안에 브랜드를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는 앞서 말씀드린 네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특히 창업 초기의 소규모 브랜드가 저비용으로 시도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마케팅 방법들이죠.


그런데 티스프링은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며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티스프링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데요, 

티스프링은 투자받은 금액을 파트너십 확장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플루언서들에게 플랫폼을 알리고, 고객 기반을 확장할 수 있었죠.

그리고 유튜브 채널과 티스프링을 연동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팬들은 영상을 보며 바로 굿즈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티스프링은 인플루언서들이 팬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플루언서가 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할 수 있도록 머그컵, 핸드폰 케이스, 악세서리 등과 같은 제품을 추가했는데요, 

그 결과 티스프링을 통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는 유튜버들이 생겨나게 되며 'Creator's Best Friend'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티스프링은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와도 별도의 비용 없이, 수익쉐어 만으로도 협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즉, 인플루언서들에게 일회성 광고비가 아닌, 지속적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며 자신들의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만든 것이죠.


혹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마O은 티스프링과 마찬가지로 커스텀 티셔츠를 소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사실 티셔츠 소량 생산이라고 하는 것이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장비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 '티셔츠 소량 제작'을 검색하면 200개가 넘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정도이죠.


그런데 마O의 성장 속도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편의성과 덕분입니다.

보통 소량으로 티셔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업체에 디자인 파일을 보내고 제작 가능 여부를 확인받는 등 다소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데요, 마O은 웹사이트 내에서 디자인 기능을 제공하며 고객이 이탈할 수 있는 과정을 모두 없애버렸죠. 


그리고 2020년에는 크리에이터가 굿즈를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론칭했는데요, 유튜브 쇼핑과 연계한 굿즈 판매가 큰 호응을 얻으며 작년에는 한 해 동안 90만 개 이상의 굿즈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이는 전년 대비 180% 증가한 수치로, 회사의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요.


마O의 성공 비결, 티스프링과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 해외의 성공 사례를 국내에 선구적으로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들 사이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해 조금 길게 설명드렸습니다. 물론 광고는 아닙니다.


티스프링은 2021년 사명을 스프링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NFT와 eBook과 같은 디지털 상품도 추가하며 크리에이터들이 무엇이든 판매할 수 있는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였습니다. 그 결과 리브랜딩 후 스프링을 통해 굿즈를 판매하는 크리에이터의 수는 130% 이상 증가 하였고, 매출은 80% 이상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 2022년 스프링은 Amaze Software에 매각되었는데요,

정확한 매각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프링의 성장 속도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스프링의 입지를 고려한다면 창업자들은 매각을 통해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또는 산업 전반


티스프링을 인수한 어메이즈 소프트웨어는 크리에이터들이 코딩 없이 웹사이트, 랜딩 페이지, 상품 판매 페이지 등을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요, 티스프링 인수를 통해 상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전반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합병 후 두 서비스의 시너지를 통해 어메이즈는 1년 만에 매출이 69%나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티스프링의 성공 스토리를 세 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존의 티셔츠 제작 방식은 소량 제작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프린트 온디맨드 방식으로 해결했다. 

두 번째, 인플루언서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며 그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홍보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리브랜딩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매출을 증가시켜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할 수 있었다.


오늘은 일상생활 속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시작해 엑시트까지 성공한 워커와 에반의 비즈니스를 파헤쳐 보았습니다.


긴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