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장악한 시리얼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1년에 1,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귀뚜라미 단백질바 사업을 대차게 실패한 하버드생은 어떻게 1년 만에 피벗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리얼 브랜드, 매직 스푼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매직 스푼은 실패 덕분에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창업자 가비 루이스와 그레그 스위츠가 처음 창업한 아이템은 곤충 단백질 바였는데요, 창업 초기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가비와 그레그에게 '큰 성공은 익숙한 제품의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다'라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더 넓은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건강한 시리얼이었는데요.
그들은 어린 시절 시리얼을 즐겨 먹었지만, 성인이 된 후 시리얼의 높은 당분과 조화롭지 않은 영양성분 때문에 시리얼을 피하게 된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시리얼에 대한 욕구가 매직 스푼의 출발점이 되어준 것이죠.
잠깐,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래놀라 시리얼이라는 대안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매직 스푼은 기존 그래놀라 시리얼보다 훨씬 더 건강한 레시피를 추구했습니다.
시리얼의 대명사, 켈로그의 그래놀라와 매직 스푼의 성분을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100g 기준 탄수화물은 각각 63g, 39g, 당은 9g, 0g 단백질은 20g, 34g 들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글루텐과 그레인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특징도 있는데요, 성분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매직 스푼이 더 건강한 아침 식사가 될 수 있겠네요.
참고로 동일 용량 기준 콘푸로스트에는 탄수화물과 당이 각각 89g, 31.7g이나 들어 있고, 단백질은 5g 밖에 들어 있지 않답니다.
그런데 지방 함량이 켈로그 그래놀라보다 높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보통 지방이 높으면 살이 찌기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직 스푼은 오히려 케토 제닉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많이 들어보셨죠?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혈당을 낮추고 체내 지방을 연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의 창업 스토리를 보면 그들이 기존 시리얼을 아침으로 먹었을 때 오후가 되면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제품을 개선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주로 저녁 식사 후 운동을 하고 다음날 아침은 프로틴 쉐이크로 때우고 있습니다. 쉐이크는 단백질을 쉽게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포만감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는데요, 다이어트가 아닌 증량을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저에게도 매직 스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렇듯 매직 스푼은 기존 시리얼이 놓치고 있던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한 번에 충족시키며 틈새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매직 스푼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귀뚜라미 단백질바 사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철저히 지킨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매직 스푼은 성분적으로 정말 우수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잉공급 시대에 성분만으로는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4050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었던 경험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었는데요, 제가 만들었던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약사 팀원과 국내 제약사가 공동으로 개발해 2년 만에 판매를 시작했었는데요.
저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아니, 이런 '제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제품의 성분이 좋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회사 규모에 비해 과한 광고비를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전환율은 생각처럼 높지 않았습니다.
제품이 좋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제품이 좋다는 것을 어떻게 고객에게 납들 시킬 수 있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매직 스푼은 신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한계를 무료 샘플 제공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샘플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입니다. 특히 시리얼은 직관적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극적이었을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 NPD 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트에서 시식을 제공했을 때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았을 때 보다 20%나 더 높았다 합니다.
매직 스푼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샘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중 SNS를 팔로우하면 샘플을 제공해 준 것이 브랜드를 키우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기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 이벤트를 통해 자칫 체리피커가 될 수 있었던 잠재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었죠.
창업 후 5년이 흘렀지만, 매직 스푼은 아직도 웹사이트를 통해 시리얼 샘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무료로 제품을 주다니, 너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요?
저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당시 소비자의 클릭 한 번 당 3,000원 이상의 광고비를 네이버에게 지불했습니다. 참고로 이 비용은 광고 클릭 후 1초 만에 나가도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아무리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더라도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샘플을 신청하면 매직 스푼은 2~3가지 맛을 1회 분으로 소분해 보내줍니다.
배송비와 제품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샘플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중광고 보다 비용이 적을 것입니다. 만약 같은 비용이 든다고 해도, 잠재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네이버에게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효과 역시 더 크고요.
샘플을 제공하는 것에는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 외에 다양한 장점이 존재합니다.
샘플을 받기 위해서는 매직 스푼 웹사이트에서 16가지 항목에 답변을 해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매직 스푼은 잠재 고객의 연령과 성별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유입 경로, 최근 구매한 시리얼 브랜드 등 세분화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샘플로 신제품을 보내주기도 하며 정식 출시 전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할 수도 있고요.
소비자가 샘플의 효과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러 방식의 마케팅을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매직 스푼은 어떻게 한 박스에 12달러가 넘는 시리얼을 '아침식사 필수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건강한 시리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간단한 아침식사라는 인식이 강한 시리얼에 기존보다 4배 이상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매직 스푼이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제휴마케팅이었습니다.
제휴마케팅이란 블로거나 인플루언서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커미션으로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쿠팡 제휴마케팅이 한동안 부업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쿠팡은 판매 금액의 3%를 수수료로 제공하는데 반해 매직 스푼은 무려 20%를 제휴 파트너에게 제공해 줍니다.
저는 여기서 매직 스푼이 비용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휴 파트너에게 높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매직 스푼의 DTC(Direct-to-Consumer) 전략 덕분인데요,
초창기 매직 스푼은 중간 유통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해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그 혜택을 제휴 파트너에게 돌려준 것이죠.
매출의 20%라는 수수료가 여전히 커 보일 수도 있지만, 아마존에 입점해 시리얼을 판매할 경우 매출의 15%가 수수료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하는 비용은 오히려 가성비 좋은 지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휴 파트너들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메일 뉴스레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홍보합니다.
매직 스푼은 단 5%의 추가 비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브랜드의 기존 마케팅 채널 밖에 있는 새로운 잠재 고객층에 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휴 파트너의 영향력을 이용해 브랜드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전통적인 방식을 택했다면, 거대 플랫폼에 지불했어야 할 비용을 소비자와 인플루언서에게 제공하며 브랜드를 성장시킨 것이 굉장히 인상 깊네요.
마지막으로 매직 스푼의 성공 스토리를 세 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귀뚜라미 단백질바 사업을 실패하며 '큰 성공은 익숙한 제품의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두 번째, 오랜 기간 동안 무료로 샘플을 제공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세 번째, DTC 모델을 통해 절약한 유통 비용을 제휴 마케팅이라는 방식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해 더 넓은 잠재 고객층에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었다.
오늘은 피벗 1년 만에 연 매출 1,300억 이상의 비즈니스를 만든 매직 스푼의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