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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미개척 세계로

Day21

나의 첫 직장은 운좋게도 대기업, 그리고 건설현장이었다. 전공이 건축공학 이었어서 내 테크트리를 그대로 따라서 첫직장을 잘 간 편이었다. 그러나 건설현장직은 내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라 해가 떠있을 때는 무조건 현장이 돌아가야 했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날이면, 현장에서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했는데, 그야말로 뜨거운 땡볕에서 나의 20대가 지나갔다.


원체 현장직이었다보니 몸은 당연히 고생이었다. 항상 안전에 대한 주의도 해야 했다. 각 담당별로 동을 몇개 맡았는데 처음 철거부터 지하주차장 공사, 지상층 공사, 인테리어 마감등에 대한 모든 관리와 책임을 져야 했었다. 하루에도 수차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온몸을 땀에 적혀가며 열정을 바쳤던 기억이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 나의 책임하에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뿌듯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 현장 안에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꼈던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부담으로 느꼈던 부분은 바로 협력사와 기성고 신청에 대한 확정을 하는내용이었다. 매달 작업량에 대한 비용 청구를 하면 담당자가 확인을 하고 결제를 받아야 했는데 항상 이견이 많고 다툼이 많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물리적으로 현장 펜스안에 갖혀서 젊음을 보내야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어서 세상과 정말 단절된 것 같았다. 약 7년간 현장 안에만 있다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현장 2군데를 마치고 2015년경 본사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장보다 훨씬 일도 편했고, 개인 시간도 많아졌다. 당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직원 개인들의 워라벨을 챙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바깥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온세상을 덮었고, 결정적으로 이세돌,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도 있었다.


나는 이세상에서 하고 싶은게 많았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되는게 많나? 라는 생각이 매일 있었고, 그 울타리안에서 내 미래를 한정짓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더 많은 의미 있는 것들을 세상에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변화를 시작 해야 할지 몰라 독서를 하거나, 강연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당장 회사를 그만 둘수가 없었다. 그만두고 뭘 해야할지 전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약 6개월 가량 하면서 깨닳은게 있다.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발전적으로 내 삶을 꾸려가면 어떻게된 되겠다 라는 확신이 자리잡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20대는 끝났다. 그 다음 바로 사업을 시작한 나의 30대는 도전과 좌절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긴 터널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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