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회피형의 일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스티커를 떠올린다.
그 스티커에는 두 가지 문구가 적혀 있다.
한쪽에는 애(愛).
다른 쪽에는 증(憎).
마치 앞, 뒷면이 있는 얇은 종이처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감정.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 떼어 들 수 없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어디 한 번 떼어보라지." 버티는 모습에
주저하게 되면서도 그 영롱한 빛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붙일 때는 언제나 사랑 쪽이 보인다.
모든 걸 이야기하고 싶고,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반응하는
반질반질 윤기 나는 마음이.
이 각도, 저 각도로 옮겨 다니며
번지는 빛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나는 그렇게 사랑 앞에서 무방비하다.
하지만
상대에게 스티커를 붙이려면
결국 필름에서 떼어내 뒷면의 끈끈이를 내 손으로 만질 수밖에 없다.
사랑을 하면, 그렇게 곧장 우울해져 버리고 만다.
손가락에 붙어버린 감정은 잘 씻기지도 않는다.
잠깐만 스쳤을 뿐인데도 끈적거리는 잔여감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조금만 더 두면 서서히 굳어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만약 떼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스티커는 붙일 때보다 뗄 때 더 시끄럽다.
조용히 다가갔던 마음이라고
돌아설 때마저 작은 울먹임과 저항조차 없겠는가.
가벼운 접촉이었는데도 떼어낼 때는 붙일 때보다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조심스레 떼어내지 않으면
찍히거나,
찍혀 남아버리겠지.
서툴게 떼면 흉터가,
천천히 떼어도 얼룩이 남는 일이라서
표면을 오래 들여다본다.
정말 붙일만한 곳일까,
유행이 지나가도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자리일까, 고민하면서.
붙여놓고도 미안해지고 싶지 않아서.
누구의 탓으로 남는 감정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그토록 오래 붙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