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집합 : 나를 뺀 나머지의 세계

by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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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내보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용감한 일이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계산하기 시작한다.


' 여기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그래서 자기표현은 곧 '나를 제외한 나머지의 거대함'을 가늠하겠다는 말과 같다.


나의 존재를 꺼내 보이는 순간,

상상만 해왔던 세계가 얼마나 거대하고 복잡한지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알고 있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행위는

동시에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표현은 그래서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부족해 보이는 위험을.

가벼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때로는 오해받을 위험까지도.


우리가 순간순간 머뭇거리는 이유는

표현이 곧 세계로부터의 반응을 초대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은 늘 예측 불가하며,

그 불확실함은

“아, 역시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같은

서늘한 생각으로 바뀌어 우리의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건너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다.


또한 내 경험으론

표현은 곧 '세상 앞에 선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으면 오해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진공 속에서는

나 또한 조금씩 소멸했었기에.


설익은 생각이라도 밖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이유는

그 행위 자체가 사유를 현실로 옮기는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표현은 완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계속해서 살아 있으라고, 멈추지 말라고

등을 떠민다.


그렇게 한 문장을 밖으로 밀어 넣으면서

우리는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간다.


나를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미 과거의 내가 아니다.

안다는 것보다 몰랐음을 인정하는 데서 더 큰 여정이 시작된다 믿는다.






어느 날에, 돌아보다 알게 되었으면.


두려움을 단 한 번도 극복한 적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해왔다는 사실이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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