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와 코미디의 차이점이 뭐야? 한 줄로 간결하게 설명해 줘."라는 나의 질문에 돌아온 gpt의 답변.
[개그는 순간의 웃음 장치이고, 코미디는 웃음을 중심으로 짜인 이야기이다.]
gpt는 신이 아니라는 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동의하나, 이 답변이 사실이라는 가정에서 나의 코미디론을 출발해보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이른바 ‘개그 프로그램’에 거부감이 있었다. 예컨대 '개그 콘서트'의 마빡이나 갈갈이 코너 같은.
누군가를 놀리거나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은 전혀 웃기지도, 통쾌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무엇보다 '부자연스러웠다'.
그 부자연스러움에 배꼽웃음을 잡는 시청자를 카메라가 비출 때,
빙 둘러앉은 저녁 밥상 앞에서 개콘이 시작되기만 하면
아빠가 당연하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고,
둘러보면 나만 빼고 모두가 밥알이 튀어나올 듯 웃고 있을 때.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소외감'이었다.
나 빼고 모두가 같은 웃음 감각을 가진 걸까.
그리고 ‘못생기면 저렇게 놀림받는 거구나. 나도 뚱뚱해지면 돼지라고 불리겠지.’
마치 바로 옆에서 웃고 있는 엄마, 아빠마저 언젠가 나를 향해 같은 말을 던질 것만 같은 이상한 공포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2차 성징이 시작될 무렵, 그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개그란 멍청이들만 좋아하는 것'이라며 폄훼하기 시작했다.
반면 스탠딩 코미디는 즐겨 보았다. 무대에는 소수자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자신이 살아온 결핍과 모순을 웃음으로 뒤집었다. 나 역시 학교에서, 집에서, 자퇴하고부터는 학교 밖에서도 늘 주변부에 있었기에 동질감을 느꼈을까. 그들이 웃음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을 보며, 배꼽웃음과는 다른 달콤 쌉쌀한 웃음을 방구석에서 혼자 허허실실 흘리고는 했다.
하지만 스탠딩코미디를 보며 혼자서만 웃던 시절을 지나고 지금은 유머와 코미디를 그때와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코미디는 웃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흐름’이라는 GPT의 말을 내 식대로 해석해 보자면
흐름과 맥락, 즉 '이야기'가 코미디에서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사적인 관계의 웃음 또한 결국 ‘서로가 공유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같은 장면을 경험했고, 같은 언어로 그것을 회상할 수 있을 때 마음의 부담 없이 같은 타이밍에 웃을 수 있다. '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눈치 볼 필요 없이 낄낄 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웃음에서는 유머의 스킬이나 완성도보다 함께 지나온 시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어쩌면 코미디가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웃음이 결국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