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전화기

by 해파리

그때의 우린

겨우 한 줄로 이어졌을 뿐이었다.









종이컵 입구에서 머뭇거렸지

가느다란 실 하나에 모든 걸 걸었던 시절

털실이 흔들릴 때마다 간질거렸지

그것이 좋아

네가 얼마나 멀리 있었는지도 모르고

줄 끝을 당기기만 했었는데.


만약에, 만약에 말야.

우리의 왕복이 서걱이며 폭을 키우는 길이었다면

한 줄짜리 종이컵 전화기가 아니라

주고받는 모든 것이 한 폭의 천이 되는 직조였다


우리는 조금씩 실을 보태어

서로의 면적을 넓혀 포개어질 수 있었을까?


너 한 올, 나 한 올

때로 척척 달라붙었다가

때로는 사납게 긁혀

실밥을 우둘투둘 터뜨렸겠지


그래도 서로에게서 뽑힌 실이

날실과 씨실로 교차하는 직조였다면,


지금 우리 가운데 더 넓은 자리

앉아도 되는 자락 한 폭쯤은

남아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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