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니 산다고?

N과 S가 함께 살아가는 법

by 해파리

남자친구는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사람이다.


나는 오랫동안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했다.

섬세한 생각과 말로 같은 온도를 유지하며 서로 섞여 들어가는 그 감각이 나의 뇌를 가장 강하게 자극했기에, 그렇게 도파민이 팡팡 도는 대화를 밤새 나눌 수 있는 사람만이 내게 어울린다 믿었다.

그런 대화와, 그런 밤들과, 그때의 웃음과 눈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어제 남자친구와 저녁으로 감자탕을 먹었다. 문득 남자친구에게 묻고 싶었다. 왜 사는 걸까?


남자친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뼈 바르기 작업을 계속하며, 별생각 없는 얼굴로 답했다.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지."


그리고 바른 살점을 내 밥 숟가락에 얹어주며 덧붙였다.


"맛있잖아. 맛있어서 사는 거야."


정말 그 다운 대답이었다.

나는 그 다운 대답을 듣고 싶어 그에게 물어봤었기에 또 한 번 내가 애인을 참 잘 만났구나, 생각했다.




나는 늘 이유를 찾고, 가치를 쫓고, 의미를 증명하려 감정과 생각을 끝없이 뒤적이며 살아왔는데. 그는 감자탕을 뒤적이며 "맛있어서 산다"는 단순한 말로 나를 금요일 밤, 이 자리로 데려왔다.

그와의 만남을 시작하고서부터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나를 현실로 데려오는 사람과,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애인은 나를 땅 위에 붙들어두는 존재다. 내가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 끝내는 노트북을 켜려 하던 새벽에, "왜 잠이 안 와?"라고 묻는 대신, "이리 와서 나를 안아줘."라는 말로 나를 다시 잠 속으로 데려가는 사람. 우린 주 1회 정도 만나는데, 그의 집 현관문을 열면, 내가 7일 동안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는 듯하다.

반면, 그를 제외한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언어와 감각을 나처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완전히 같은 세계를 살아가진 않지만, 서로의 세계에 얼마든지 빠졌다 나왔다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 섬세한 결이 맞닿을 때, 말은 말 이상이 되고 감정과 의미는 폭죽처럼 터진다. 그들과의 대화는 내 안에서 찰랑거리는 욕구를 해소시켜 주기에, 나에겐 산소처럼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렇게 나는 고마운 사람들로부터
한 사람에게 모든 역할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사람과, 내가 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솟구치게 하는 사람 모두 나에겐 꼭 필요하다.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는 사람의 다름을 맘껏 사랑하면 되고, 내가 가진 결을 유연하게 반사하며 같이 흔들려줄 사람들과 말을 나누면 된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와 역할이 있을 때 우리는 더 안정되고, 더 살아 있다. 사랑에도, 관계에도 정답은 없겠지만 나에게 맞는 조합은 오늘도 선명해져 가고 있다.



덧붙여 애인 자랑 한번 해보겠습니다.
186의 덩치 큰 이상순 + 장항준 이라니, 믿기시나요?
그는 제가 김은희가 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안일도 킹왕짱 잘합니다.

작가의 이전글F코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