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버틴 나날들이 벌써 1년이 되었네.

단절 대신 버티는 법을 배우며.

by 해파리



처음엔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공포회피형이고, 동생은 거부회피형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가까워지는 일이 어려웠다.
연락이 끊긴 채 몇 년을 보내는 동안,
서로의 번호가 바뀐 것도 몰랐을 정도로.



어느 날, 함께 살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지쳐 있었다.
둘 다 버티기 힘든 시기였다. 그렇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는 법도 몰랐다.



이번 추석으로 같이 산 지 1년이 됐다.

요즘 우리는 유치원생처럼 연습하고 있다.



동생은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싫어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졌다고 했다.



나는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서야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는 HSP 공포회피형이라
특유의 민감함으로,
동생이 메뉴를 고를 때 “좋아”라는 말을 하더라도
찰나의 호흡이나 기류를 감지한다.



한 달 전 KFC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다가
동생에게 “너 감자튀김 안 좋아하는구나, 몰랐네.”
라고 말했더니 동생이 크게 놀랐다.



동생은 감자튀김을 싫어하지만 너무 사소한 거여서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알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린 자주 일부러 묻는다.
“진짜 이게 좋아?”
서로가 욕구를 느끼고, 인지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다툴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절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대화를 나눈다.


나는 동생이 좋다.
함께 버티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 동생이어서 참 좋다.


버틴다는 건,
누군가와 같은 자리를 견디는 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마무리되고
각자 잘 준비를 하면서,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나일 때도, 동생일 때도 있다.
난 이게 ‘우리’의 생각이라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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